서울경찰청 형사과는 미신고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장애인들에게 항정신병 약품을 수십 알씩 먹여 6명을 숨지게 한 목사 정모(67) 씨를 23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정 씨를 도운 관리인 임모(48)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 씨는 2002년 4월 경기 김포시에 미신고 장애인 시설 ‘사랑의 기도원’을 설립한 뒤 그때부터 올해 2월까지 임모(24·여) 씨 등 수용자에게 정신병 치료약을 1봉지(11알) 이상씩 수차례 먹여 6명을 숨지게 한 혐의다. 이곳을 거쳐 간 수용자는 102명에 이른다.
정 씨는 서울 중구의 한 무료 진료소에서 정신장애가 있는 수용자들에게 준다는 명목으로 매달 한 번씩 1, 2개월치의 조울증이나 파킨슨병 치료약 4∼6인분을 받아 모아 두었다가 열악한 시설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장애인들에게 강제로 이 약을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이 복용하면 2, 3일간 걷지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할 정도로 강력한 신경안정제가 이 약에 들어 있어 장기 복용 시 혼수상태나 호흡정지,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 정 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또 정 씨는 반항하는 수용자의 손발을 개줄 등으로 묶어 1.5평짜리 독방에 2, 3일씩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120여 평의 대지에 2층짜리 슬레이트 가건물 3개동, 방 17개를 갖춘 이 시설은 경찰 조사 당시 방마다 장애인의 변과 곰팡이, 바퀴벌레가 있었다. 방은 바깥에서 문을 잠그게 돼 있어 수용자들은 사실상 감금 상태였다.
정 씨는 ‘하느님의 은혜로 악마를 내쫓은 뒤 장애인을 돌보며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홍보용 동영상을 제작해 기독교 인터넷 방송에 올려 장애인을 모집했다.
경찰은 “정 씨는 2004년 초부터 유모(33) 씨 등 여성 장애인 3명을 자신의 방과 차량, 인근 모텔에서 7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했다”면서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자신의 장남과 유 씨를 2004년 결혼시켰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는 최근까지 행정 당국이 매달 가족에게 나눠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비 30만 원씩을 보호비 명목으로 지원받았다”며 “모 기독교 인터넷 방송을 통해 후원금 2억6000여만 원을 모금하는 등 모두 4억8200만 원을 챙겼으나 회계 장부조차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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