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육정수 본보 독자서비스센터장》
―먼저 여성 정치인 관련 보도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문제를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 그 원인도 함께 짚어 봤으면 합니다.
▽최현희 위원=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를 가수 이효리에 견주어 ‘강효리’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거슬립니다. 연예인에게는 연예인의 영역이 있고 정치인에게는 정치인의 영역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가령 남성 정치인을 배우 장동건에 빗대어 ‘×동건’이라고 보도하는 사례는 없잖아요. 연예인은 대중을 기쁘게 하는 엔터테이너 기능을 하는데, 전혀 역할이 다른 정치인을 여기에 접목하다 보니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나 않을지 우려됩니다.
▽윤영철 위원=여성 정치인을 어머니로서의 역할이나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판단하려는 경향도 두드러집니다. 한명숙 국무총리를 ‘현모양처형’이라고 강조한 것도 주변적 피상적 보도에 불과할 뿐 정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입니다. 여성 정치인에게 흔히 ‘여성 최초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역시 정책 입안 또는 수행 능력과는 무관하다고 봐야지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어쩌다 바지를 입으면 ‘전투복’이라고 의상에 투쟁적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도 지나친 보도 행태입니다.
▽김 위원장=박 대표의 경우 메모를 위해 늘 예쁜 수첩을 갖고 다닌다고 해서 ‘수첩공주’라고 칭했지요. 메모는 정확성과 신중성을 나타내는 것인데, 이런 보도가 편향된 시각을 자극하지는 않을는지요.
―그렇다면 여성 정치인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 제시해 보기로 하지요.
▽이 위원=국민이 여성 정치인을 직접 만나고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도를 통해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언론의 균형감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김 위원장=정치가 양성 평등 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을 단축하자면 미국의 ‘소수자 보호 정책’과 같은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의 사회발전단계는 이제 남성적인 능률 위주가 아니라 여성적인 문화적 품격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가정의 살림꾼이 예로부터 곳간의 열쇠를 쥐고 춘궁기를 이겨 나가는 지혜를 발휘한 어머니였듯이 여성의 장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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