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씨는 올 초부터 이달까지 처음 만나는 사람은 물론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 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사정을 잘 아는 친구에게도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열린우리당 측 관계자는 지 씨를 도와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그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도와준다”=지 씨의 오랜 지인인 김모(54) 씨는 본보 기자를 만나 이달 초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이 지 씨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지 씨는 올해 1, 2월 김 씨 집에서 1주일에 2, 3차례 잠을 잤다.
김 씨는 지 씨가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지 씨가 자신의 집에서 동거한다는 내용의 ‘무료 거주 확인서’를 써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이 보좌관이 지 씨의 주소지를 잘못 알고 보낸 것이라 생각해 편지를 우편함에 그대로 넣어 놓았다는 것. 하지만 이 편지는 최근 사라졌다.
김 씨는 “충호가 2월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하며 여러 메모를 남겼다”며 “충호는 ‘이 보좌관이 인천의 고용안정센터에 전화를 해 정수기 판매회사인 C사를 소개시켜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 씨의 오랜 친구인 정모(50) 씨와 지 씨를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모(62) 씨도 지 씨에게서 “열린우리당이 소개해 줘 C사에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 씨는 범행하기 보름 전쯤 그를 처음 만난 인천의 한 구의원과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이때 열린우리당의 인천 지역 A 의원과 서울 지역 B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 같은 사람에게 누가 일자리를 주겠느냐. 다 의원들이 소개해 준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 공세다”=지 씨가 실제 취업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열린우리당 인천 서구 지역 사무실. 그가 인천의 한 구의원 등에게 실명을 거론한 A, B 의원과 달리 그곳은 김교흥(인천 서-강화 갑) 의원의 사무실이다.
김 의원 측은 “지 씨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경 사무실을 찾아와 취업을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자리를 알아봐 준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 측은 또 지 씨에게서 “열린우리당의 소개로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구의원과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한나라당 소속이거나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구의원 측은 “24일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 씨에게서 들은 얘기를 그대로 진술했다”며 “들은 이야기를 정치적 공세로 모는 것이야말로 정략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지 씨를 만난 K(59) 씨는 “나를 찾아와 20만 원을 요구해 10만 원을 줘 돌려보냈다”며 “지 씨는 ‘저 얼마 안 있으면 서울에 갑니다. 잘될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 지 씨가 오래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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