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 ‘與의원과 친분’ 왜 떠들고 다녔을까

  • 입력 2006년 5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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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인천시당 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은 2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 씨가 서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보좌관에게 취업을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취직을 알선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인천시당 위원장인 김교흥 의원은 24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 씨가 서구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보좌관에게 취업을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취직을 알선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지충호(50·구속) 씨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열린우리당이 자신을 도와준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

지 씨는 올 초부터 이달까지 처음 만나는 사람은 물론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 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사정을 잘 아는 친구에게도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물론 열린우리당 측 관계자는 지 씨를 도와준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어 그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도와준다”=지 씨의 오랜 지인인 김모(54) 씨는 본보 기자를 만나 이달 초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이 지 씨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지 씨는 올해 1, 2월 김 씨 집에서 1주일에 2, 3차례 잠을 잤다.

김 씨는 지 씨가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지 씨가 자신의 집에서 동거한다는 내용의 ‘무료 거주 확인서’를 써 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씨는 이 보좌관이 지 씨의 주소지를 잘못 알고 보낸 것이라 생각해 편지를 우편함에 그대로 넣어 놓았다는 것. 하지만 이 편지는 최근 사라졌다.

김 씨는 “충호가 2월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하며 여러 메모를 남겼다”며 “충호는 ‘이 보좌관이 인천의 고용안정센터에 전화를 해 정수기 판매회사인 C사를 소개시켜 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 씨의 오랜 친구인 정모(50) 씨와 지 씨를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김모(62) 씨도 지 씨에게서 “열린우리당이 소개해 줘 C사에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 씨는 범행하기 보름 전쯤 그를 처음 만난 인천의 한 구의원과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이때 열린우리당의 인천 지역 A 의원과 서울 지역 B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나 같은 사람에게 누가 일자리를 주겠느냐. 다 의원들이 소개해 준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 공세다”=지 씨가 실제 취업을 부탁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열린우리당 인천 서구 지역 사무실. 그가 인천의 한 구의원 등에게 실명을 거론한 A, B 의원과 달리 그곳은 김교흥(인천 서-강화 갑) 의원의 사무실이다.

김 의원 측은 “지 씨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경 사무실을 찾아와 취업을 부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자리를 알아봐 준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 측은 또 지 씨에게서 “열린우리당의 소개로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구의원과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한나라당 소속이거나 관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구의원 측은 “24일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 씨에게서 들은 얘기를 그대로 진술했다”며 “들은 이야기를 정치적 공세로 모는 것이야말로 정략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지 씨를 만난 K(59) 씨는 “나를 찾아와 20만 원을 요구해 10만 원을 줘 돌려보냈다”며 “지 씨는 ‘저 얼마 안 있으면 서울에 갑니다. 잘될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 지 씨가 오래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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