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법정 구속…‘150억원 수수’는 무죄

  • 입력 2006년 5월 25일 12시 15분


박지원씨 법정구속. 연합
박지원씨 법정구속. 연합
25일 대북 송금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진심으로 바라던 일 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박 전 장관이 현대비자금 150억 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혐의는 대북 송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박 전 장관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돼 징역 12년에 추징금 148억5000만원이 선고된 뒤 대법원에 상고했다.

법원은 핵심인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선 사실상 면죄부를 줬지만 대북 불법 송금을 주도한 혐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박 전 장관을 법정 구속했다.

▽뇌물수수 혐의, 대법원과 같은 판단=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대법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판단을 했다.

박 전 장관이 뇌물을 받았는지를 가리는 핵심 쟁점은 그에게 뇌물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던 관련자들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박 전 장관 쪽 소동기 변호사는 15차례에 걸친 파기환송심 공판 때마다 이를 두고 다퉜다.

검찰로서는 박 전 장관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한 무기중개상 김영완(해외 체류) 씨의 영사신문 진술서의 증거 능력만 인정된다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다시 유죄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사신문 진술의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근본적인 증거능력의 신빙성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만한 증거로서 볼 수 없냐는 것. 재판부는 김 씨가 연락을 끊고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이상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영원히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 전 장관에게 양도성예금증서 150억 원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도 여전히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예상치 못한 법정구속=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박 전 장관이 대북 송금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벌인 불법 행위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취지로 원심을 뒤집었지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는 원심대로 유죄를 확정했었다. 다만 구체적인 양형은 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내린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형량을 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에 1억 달러를 보내기로 약정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류협력 자금 마련 방법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가 사기업인 현대에 그 부담을 지웠다는 것.

재판부는 또 "산업은행에 부당대출을 시키고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해 외환관리법을 위반한 점,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자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점도 비난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 측 소동기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법정구속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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