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美 ‘세계 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 참관기

  • 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고대 이집트의 재구성고대 이집트의 역사적 사실과 연관된 공연을 하는 과제 ‘고대 이집트 연극’은 미국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미국의 한 중학생팀이 ‘파라오의 지혜’를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고대 이집트의 재구성
고대 이집트의 역사적 사실과 연관된 공연을 하는 과제 ‘고대 이집트 연극’은 미국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미국의 한 중학생팀이 ‘파라오의 지혜’를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기하학적 구조물 만들기’는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구조물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견디는지에 도전하는 과제다. 한국팀의 김한빈(15) 군이 구조물 위에 바벨을 올려놓고 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기하학적 구조물 만들기’는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구조물이 얼마만큼의 무게를 견디는지에 도전하는 과제다. 한국팀의 김한빈(15) 군이 구조물 위에 바벨을 올려놓고 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2006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한국은 12개 팀이 처음 출전했다. ‘정글 블록’에 출전한 한국팀 ‘우슐라’가 공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2006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한국은 12개 팀이 처음 출전했다. ‘정글 블록’에 출전한 한국팀 ‘우슐라’가 공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25∼27일 미국 아이오와 주 에임스 시 아이오와주립대(ISU)에서 ‘2006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결승전이 열렸다. 미국 33개 주와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멕시코 싱가포르 폴란드 카메룬 등 13개국에서 787개 팀, 5500여 명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15g의 나무젓가락 탑은 어느 정도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26일 ISU 셔먼빌딩 220호. 풀로 나무 기둥을 붙여 만든 높이 8cm의 직육면체 탑 위에 100파운드(약 45kg)짜리 바벨이 하나씩 올려지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참가팀은 나무젓가락보다 가는 지름 3mm, 길이 90cm 나무 기둥을 활용해 직육면체를 만들어야 한다. 칼로 나무를 가늘게 자르고 종이를 덧붙여 성냥 쌓기처럼 견고한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기하학적 구조물 만들기’는 나무 탑이 무너질 때까지 바벨을 쌓아 올려 얼마나 견고하게 디자인했는지를 평가한다. 나무 탑을 이용한 연극부터 탑의 설계도까지 모든 것을 함께 생각해 내야 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밸리스프링스 중학교에서 온 7명의 대표는 나무 탑 위에 995파운드(약 452kg)를 올려 28년 대회 역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앤디 로슨(13) 군은 “설계도를 바꾸며 100여 개의 구조물을 부수고 또 만들었다”며 “지난해 9월에 직접 팀을 만들고 안내문을 붙여 친구들을 모았다”고 말했다.

▽세계 창의력 대회는=1978년 미국 뉴저지 주 로앤대의 샘 미클러스(72·기계공학) 교수가 처음 만든 창의력 경진대회다.

첫해에는 뉴저지 주의 28개 팀만 참가한 지역대회였지만 28년간 미국 각 주에서 대회를 열면서 과학에 관심 있는 초중고교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회로 성장했다. 지역 및 주 예선 등을 거쳐 20여 개 팀만 출전한다.

메릴랜드 주에서 온 앨리사 재퍼(15) 양은 “세계대회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며 “주 예선에서 두 번 떨어졌는데 올해는 꼭 참가하고 싶어 9개월 동안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1년 전에 발표되는 5가지 ‘주요 과제’를 창의력을 발휘해 해결해야 한다. 5가지 과제는 과학적 창의력을 평가하는 △기하학적 구조물 만들기 △로봇 팔로 물건 옮기기, 언어적 창의력을 겨루는 △고대 이집트 연극 △정글 블록 공연, 그리고 과학적 언어적 창의력을 평가하는 △퍼레이드 차량 만들기가 있다. 과제는 반드시 뮤지컬, 코미디 등 연극적 요소를 포함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팀원은 7명이고 지도교사는 학생 건강과 시간관리만 할 뿐 어떤 도움을 줘서도 안 된다.

버지니아 주 토머스제퍼슨 과학고에서 온 슈밋 맬릭(14) 군은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고 서로의 역할을 나눠 6개월간 연극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지구촌 친구 만들기=전 세계의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창의력 경연 못지않은 매력이다. 참가팀은 국가, 주, 팀별로 작은 배지(핀·Pin)를 교환하며 서로 인사한다. 일본 대표팀의 니시무라 가오루(13) 군은 “사흘 동안 500여 개의 핀을 모았다”며 “핀 교환을 통해 많은 나라의 친구를 사귀었고 e메일 주소도 많이 교환했다”고 자랑했다.

대회기간 3일 동안 모든 팀은 주최 측이 정해 주는 ‘버디 팀(buddy team)’과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응원하고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도 배운다.

일리노이 주에서 온 캘럽 조덜(11) 군은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하루 만에 함께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며 “대회 뒤에도 계속 편지를 주고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5개 주요 과제별, 초중고교별로 6위까지 상을 받았다. 500여 개 팀이 참가한 미국이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고, 중국도 10개 팀 중 4개 팀이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싱가포르는 5개 팀 중 1개 팀이 ‘고대 이집트 연극’에서 1위를 기록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주요 과제
구분과제내용
과학적 과제기하학적 구조물 만들기얇은 나뭇조각을 이어붙인 직육면체 구조물을 만들어 최대의 무게를 지탱하는 과제. 직육면체 속에는 규정에 명시된 도형이 포함되어야 한다.
로봇 팔로 물건 옮기기기계식·유압식·전자식으로 만든 로봇 팔을 이용해 물건을 옮기고 정리하는 과제.
언어적 과제고대 이집트 연극고대이집트를 배경으로 특정한 상황과 장면에 대한 독창적인 공연을 하는 과제. 한 번의 반전이 있어야 하며 주된 배경은 역사적 사실과 일치해야 한다.
정글 블록 공연정글의 동물들과 말할 수 있고 그들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블록’이란 생명체에 대해 공연하는 과제. 독창적인 춤과 노래가 포함돼야 하며 ‘블록’이 동물과 소통하는 방식을 증명해야 한다.
통합형 과제퍼레이드 차량 만들기주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할 차량을 만들고 그 차량을 이용해 퍼레이드를 벌이는 과제. 차량이 세 바퀴를 돌 동안 각기 한 번씩의 기술적 변화와 외형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해마다 재료, 제한규정 등이 조금씩 바뀌지만 큰 변화는 없음. 자료: 전국발명교육연구회

■첫 출전 한국팀 시상대엔 못 올랐지만…

한국은 전국발명교육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12개 팀이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처음 참가했다.

각 지역교육청 과학발명교실에서 선발된 초중고생이 모여 3월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제1회 한국 학생 창의력올림픽’를 열었고 대상과 금·은상을 받은 팀이 세계대회에 출전했다.

미국 학생들이 ‘고대 이집트’ 공연에 대거 지원한 것과 달리 한국은 과학기술 분야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퍼레이드 차량 만들기’에 출전한 경남 김해의 초등학생 팀 ‘글로벌 리더’는 지구인을 이주시키기 위한 각 행성 외계인의 회의를 연극으로 꾸몄다.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살기 힘들어지자 지구인을 서로 자신의 행성으로 오라고 설득하는 내용이다.

서준우(12·경남 김해시 임호초등 5학년) 군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영어로 연극을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준비하면서 창의력과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기하학적 구조물 만들기’ 팀을 이끈 박인수(42·서울 아주중) 교사는 “이 대회를 통해 아이들은 암기식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과학 공부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며 “팀원이 서로 협동하는 법을 깨달은 것도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팀은 아쉽게도 한 팀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대회 첫 출전에서 오는 경험 부족과 과제를 영어로 발표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 미국 학생들은 영국식 영어로 ‘고대 이집트’를 공연한 반면 외국 학생들은 대사 외우기에도 벅찼다.

심영재(12·서울 누원초등 6학년) 군은 “상은 못 탔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를 사귄 것이 아주 즐거웠고 내년에도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발명교육연구회 황욱 회장은 “중국은 정부지원으로 10년 전부터 꾸준히 참가해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며 “한국의 창의력 교육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에임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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