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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1∼3급 실장 국장급 고위 공무원의 계급 구분이 없어지고 직무에 따라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고위 공무원단 제도’가 실시된다. 이에 따라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직 사회가 곧 맞게 될 변화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우선 제도상의 강제퇴출 조항으로 불명예 퇴직하는 공무원이 속출하고 인기 부서와 비인기 부서 간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또 어렵고 힘든 부서 대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부서에 대한 선호와 자리보전을 위한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층 ‘줄대기’ 폐단도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고위 공무원단 인사규정 제정안을 포함한 11개 하위 법령이 일괄 통과됐다고 밝혔다. 고위 공무원단 제도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의결 공포된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고위 공무원단에는 중앙행정기관 1∼3급 실장과 국장(급)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에 근무하는 국가직 공무원 등 총 1500명이 포함된다.
▽고위 공무원 연봉 최대 1000여만 원 차이=고위 공무원단 제도가 실시되면 같은 급수의 공직자라도 직무급과 성과연봉 등 인사고과에 따라 연간 1000만 원이 넘게 보수 차가 발생한다.
예컨대 같은 국장(3급)이라도 최고 직무등급에 성과급까지 받는 경우와 최하 등급을 받는 경우는 연봉 격차가 최대 1177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처럼 호봉에 따른 승진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중심이 되면서 3급 공무원이 1급에 비해 연봉을 많이 받는 ‘직급 역전’ 사례도 나타날 전망이다.
고위 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은 다른 부처 공무원과 경쟁해야 하며 근무 성적이 나쁠 경우 적격성 심사를 통해 퇴출될 수도 있다. 2년 이상 보직을 받지 못해도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위 공무원단 제도는 직무등급별로 성과를 차등화하기 위해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최고 가 등급은 연간 1200만 원을 받으며 나(960만 원), 다(720만 원), 라(480만 원), 마(240만 원) 순이다. 최고 등급과 최하 등급의 차이가 연간 960만 원이나 된다. 여기에다 성과급도 연봉의 1.8% 수준에서 차별 지급된다.
대신 기존의 등급이 올라갔을 때 받는 연간 529만8000∼617만6000원의 승진가급제는 폐지된다.
이와 별도로 과장급 직위 중 20%까지 개방형 직위로 채울 수 있도록 했으며, 다른 부처에 근무했던 공직자들은 본인이 원할 경우 본래 소속기관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부처 간 희비 교차=고위 공무원단 제도의 시행과 관련해 인기 부처와 그렇지 못한 부처 간 희비가 엇갈렸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부처 간 인사 교류가 원활해져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농림부를 비롯해 이른바 비인기 부처는 의기소침한 분위기다. 고위 공무원단 풀이 생기면 영향력 있는 부처에 있던 사람들로 채워질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 국장 자리에 재경부 사람이 오면 농림부의 보직이 하나 줄어드는 셈인데 농림부 사람을 받으려 할 부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일부 부처 국장급 사이에서는 “해외 근무를 하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는 것. 해외에 나가 있는 1, 2년간은 최소한 안전하게 공무원 신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무원 사이에서 승진을 최대한 늦추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팀장(4급)은 “서둘러 승진했다가 고위 공무원단에 들어가 한두 번 실수하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런 분위기는 결국 사무관(5급)에게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퇴출 제도, 악용될 수도=중앙인사위가 성과가 부진하거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고위 공무원에 대해 적격심사를 통해 직권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위 공무원단 가운데 민간에 개방하는 20%의 직위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공무원은 “현 정권이 각종 청탁이나 정실 인사로 채울 경우 함량 미달의 인물이 대거 포함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이 모자라 퇴출 통보를 받으면 과거에 승진을 못해 스스로 옷을 벗는 것에 비해 훨씬 불명예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했다.
▽전문성 결여 우려도=환경부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 있는 부처 출신은 갈 자리가 한정돼 있다”며 “재경 부처 출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우려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로 인해 각 부처가 이른바 힘센 부처에 있던 사람을 선호하면서 영향력이 약한 일부 부처의 인사 적체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공무원의 전문성 약화를 우려했다. 직위공모제를 도입하는 등 지금까지 정부가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시행한 인사개혁 방향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고위 공무원단 제도가 폐쇄적인 공무원 조직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공무원 조직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해수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존의 개방형 직위제도나 부처 간 인사 교류를 보면 외부 인사나 타 부처에서 온 공무원들이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고위 공무원단 제도를 시행하면 이 같은 문제점이 더욱 불거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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