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에 멈칫했던 고속철 속도낸다

  • 입력 2006년 6월 3일 03시 00분


2008년 4월께 관통2일 대법원의 결정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원효터널 공사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터널 안에서 공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울산=연합뉴스
2008년 4월께 관통
2일 대법원의 결정으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원효터널 공사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터널 안에서 공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울산=연합뉴스
대법원은 도롱뇽 소송에서 국책사업의 지속적인 수행 쪽에 무게를 실어 줬다. 대법원은 3월 16일 새만금사업 취소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개발과 환경 보전이란 다툼으로 벌어진 국책사업 표류에 따른 국력 낭비 현상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제 환경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신청인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지속적인 환경보호 조치와 예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공사로 인해 천성산에 계곡물과 식수 고갈 등 환경 피해가 실제로 나타나면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 공방과 논란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파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대한지질공학회는 2002년 6월 천성산 일대의 환경 변화를 정밀 조사한 뒤 터널이 천성산 환경 및 생태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2004년 10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환경연구원의 보고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법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천성산 터널 공사와 환경 침해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환경 파괴가 분명하지 않은 이상 공사를 중단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공사의 안전성, 지하수 유출 가능성, 천성산 일대 습지 보호 문제 등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터널의 설계 및 시공법에 반영됐다고 봤다.

이 같은 대법원 결정으로 경부고속철도 기본 노선이 1990년 6월 확정된 이후 신청인들이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2004년 조사에 참여해 달라는 공단 측의 요청을 거절한 행위는 명분을 잃게 됐다.

또 법원에 판단을 요청한 상태에서 단식, 농성 등으로 공사를 중단시킨 환경론자들의 극단적인 운동 방식에 대한 자성이 일 것으로 보인다.

▽“만일 환경 파괴가 밝혀진다면”=대법원은 “지금으로서는 터널 공사와 환경 파괴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경 파괴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은 당초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정(환경 파괴)이 생겼을 때는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거나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 터널 공사와 관련된 토지를 가진 사람들은 법적으로 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터널 공사가 진행되면서 천성산 일대에 환경 변화가 일어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신청인을 대리한 이동준 변호사는 “터널 공사 때문에 실제로 지하수나 식수가 마르기 시작하면 공사와 환경 파괴의 개연성을 밝힐 수 있어 환경 변화를 가늠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소송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환경 파괴가 입증되면 (이번 결정의) 사회적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유감”… 공사업체 “환경훼손 없도록 하겠다”=환경단체들은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환경보다 개발을 우선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녹색연합 등 42개 시민단체의 모임인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 연석회의’는 2일 성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주요 결정 과정에서 환경보다 개발이 우위에 있는 현실이 매우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이날 오후 3시 부산 연제구 연산5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좀 더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 판결에 포함됐으면 지고도 이기는 판결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천성산 습지와 저수지에 대한 유량조사를 계속해 환경 파괴 여부를 장기적으로 관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사를 맡은 업체들은 “환경 보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환경 훼손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건설㈜ 김부환 현장소장은 2일 오후 울산 울주군 삼동면 금곡리 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 공사 현장에서 “환경단체도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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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부산=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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