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죽여 1년간 보관해온 20대 부부 검거

태어난 지 50일이 된 아들을 죽이고 시체를 1년이 넘도록 집에 보관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부부의 둘째 아들도 숨져 경찰이 자세한 동기를 수사 중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4일 아들을 살해한 뒤 시체를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김모(26) 씨와 아내 박모(23)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3월 중순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자신의 셋방에서 태어난 지 50일 된 아들이 울며 보챈다는 이유로 얼굴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김 씨 부부는 숨진 아들을 수건과 보자기로 싼 뒤 비닐봉지 안에 담아 장롱 속에 보관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아들의 시체를 새집으로 옮겼다.

박 씨는 이사 뒤 아들의 시체를 박스에 담아 베란다에 보관하면서 향을 피웠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런 사실은 김 씨 부부가 지난달 31일 새벽 태어난 지 40일 된 둘째아들을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응급실에 데려다 놓고 사라진 뒤 경찰이 수사하면서 드러났다. 둘째 아들은 어깨뼈가 부러지고 가슴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이날 오전 5시경 숨졌다.

김 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 "큰 아들도 목욕하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말했으나 경찰이 추궁하자 "시끄럽게 울길래 때렸더니 죽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가 왼쪽 팔에 '성민'과 '선주'라는 글짜를 문신으로 새겼다"며 "성민이 큰아들 이름으로 확인돼 행방을 묻자 김 씨가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만난 김 씨 부부는 박 씨가 임신하자 2004년 6월경부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해 왔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김 씨 부부는 김 씨 부모로부터 매주 6만 원씩을 받아 생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