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운다고 살해후 1년 방치…둘째도 상처 입은채 숨져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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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50일이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1년 넘게 집에 보관한 2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부부의 둘째 아들도 숨져 경찰이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들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를 해왔다.

▽사건 내용=서울 광진경찰서는 4일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 유기)로 김모(26) 씨와 부인 박모(23)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태어난 지 50일 된 아들이 지난해 3월 중순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셋방에서 울며 보채자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김 씨 부부는 숨진 아들을 수건과 이불로 싼 뒤 종이상자에 담아 장롱 속에 보관했다. 이들은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향을 피우거나 방향제를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다세대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아들의 시신을 새집으로 옮겨 베란다에 보관했다.

이런 사실은 김 씨 부부가 지난달 31일 오전 5시경 태어난 지 40일 된 둘째 아들을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 응급실에 데려다 놓고 사라지자 병원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둘째 아들은 어깨뼈가 부러지고 가슴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병원에 오자마자 숨졌다.

경찰은 “박 씨가 왼쪽 팔에 ‘성○’과 ‘선○’라는 글씨를 문신으로 새겼다”며 “성○가 큰아들의 이름으로 확인돼 행방을 묻고 추궁했더니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결혼 생활=김 씨 부부는 2004년 5월경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만났다. 박 씨가 고교를 졸업하고 가출한 뒤 주유소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결혼할 분을 찾는다’는 글을 채팅 사이트에 올리자 김 씨가 연락했다.

박 씨는 “간질을 앓아 더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고 날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던 김 씨는 박 씨와 동거를 시작했고 근무지를 이탈해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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