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둥지 마음속에 그려보세요”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돈벌고, 자식 키우는 데 30년을 쏟아 부었어요. 앞으로 30년은 우리 부부를 위해 살 겁니다.” 황규흠(74), 박숙자(60) 씨 부부는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 마련한 실버주택에서 여생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즐기는 게 부부의 꿈이다. 5년 전 전원주택을 마련한 김지현(63) 씨도 마찬가지. 지금은 서울에 살며 주말에만 전원주택에 가지만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뒤엔 도심을 떠나 산과 물이 있는 자연 속에서 노후를 보낼 생각이다. 고령화시대가 열리면서 은퇴 후 인생을 즐기려는 실버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여유를 갖고 자녀와 떨어져 살면서 편안한 노후를 누리려면 우선 필요한 것이 ‘노후용 주택’이다.》

○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 마라

황 씨 부부는 무역업을 하며 선진국의 실버주택을 많이 본 덕에 50대부터 노후를 실버주택에서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재작년 부부가 사는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바로 앞에 실버주택을 짓자 부부는 21평형을 2억4000만 원에 분양받았다.

수십 년간 살던 동네에 들어선다는 점도 좋았고, 3년 전 승용차를 판 부부에게 2008년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아내 박 씨는 “나이를 잊고 살 수 있도록 도심 속에서 젊은 사람들과 가까이 살고 싶다”며 “이곳은 친구들도 가까이 있고, 음악회도 쉽게 갈 수 있고, 봉사 활동하는 보육원도 근처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부부는 실버주택 입주 후 관리업체에 매달 148만 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개인 용돈을 더해 월 300만∼400만 원을 노후생활비로 계획하고 있다.

황 씨는 “아직 사업을 하고 있어 월수입이 500만 원 정도 되지만 사업을 접고 나면 지금 살고 있는 30평형대 아파트를 처분해 생활비를 감당할 계획”이라며 “연금생활자에겐 아직까지 실버주택 비용 부담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아내 박 씨는 “부부 둘이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많은 음식 재료비, 헬스클럽이나 문화강좌 비용, 의료비 등을 모두 따지면 실버주택에 사는 게 비싸지는 않다”고 했다.

이 부부는 “자식들에게 부동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만 버려도 충분히 노후를 풍족하게 누릴 수 있다”고 충고했다.

○자연 속에 살아도 도심과 가까이

김지현 씨는 노후를 복잡한 도심에서 떠나 살기 위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전원주택 지을 곳을 찾았다.

경치 좋고 주거환경 쾌적한 전원주택지가 많았지만 지금 사는 곳과 가깝고, 대형 병원이 근처에 있으며, 친구와 가족이 1시간 내로 오갈 수 있는 경기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를 선택했다.

김 씨는 “이곳을 찾기 위해 몇 년을 돌아다녔다”며 “발품을 팔며 많이 돌아보는 게 중요하며, 전원주택도 단지 부대시설과 주변 생활편의시설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1년 용천리 전원주택 터 400평을 평당 60만 원에 사들여 건평 50평의 전원주택을 지어 2002년 입주했다. 지금은 주말에만 전원주택에 들르지만 함께 사는 작은 딸이 결혼하면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현재 땅값이 평당 150만 원으로 올라 노후주택 마련뿐만 아니라 투자에도 성공한 셈. 하지만 부동산 규제와 세 부담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전원주택을 짓는 건 위험하다는 게 김 씨의 조언이다.

23년을 인천에서 살던 김 씨는 지난해 서울로 이사 오면서 1가구 2주택자 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김 씨는 “은퇴 후 연금으로 살아가는 노년층은 재테크 못지않게 세(稅)테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씨의 전원주택 마련 및 유지 비용
2001년대지 구입전원주택 대지 360평 평당 60만 원에 구입360평×평당 60만 원=2억1600만 원
2002년건축 공사주택 설계 및 공사 (건축 면적 53평)53평×평당 공사비 450만 원=2억3850만 원
정원 공사5000만 원
2002년 입주∼현재단지 시설 유지비매월 3만7000원
집 관리비용매월 10만 원
전기 수도 급탕 난방 등 공과금매월 15만∼20만 원(여름)매월 30만∼40만 원(겨울)
정원 연못 및 계단 공사 1회5000만 원

황규흠, 박숙자 씨 부부가 21평형 실버주택에 사는 데 드는 비용
비용(거주비+생활비)
분양 금액 2억4000만 원-계약금, 중도금, 잔금 나눠 입주 전 모두 납부-소유권 이전 등기
시설 운영비매월 36만5000원가구당 내는 비용
관리비매월 29만 원-2인 (1인 거주 시 19만3000원)
식사비매월 78만 원-2인 (1인 식사 시 40만 원)-매일 3끼 식사 제공
전기 수도 급탕 난방 등 공과금매월 5만 원 정도-사용량에 따라 달라짐
합계매월 148만5000원 정도가 고정적으로 나감
→고정 지출 비용(148만5000원)과 개인 용돈 더해 부부 2인의 매월 생활비 300만 원 계획
자료: SK그레이스힐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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