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의 ‘연속 태클’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김진표(사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자립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중 등 특성화학교 설립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외고와 국제중 인가는 시도교육청의 권한 사항이어서 김 부총리의 발언이 월권행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입학경쟁 학교는 안 된다”=김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29개 외고의 입학정원이 8200명을 넘는데 주요 대학의 어문학 계열 정원 4500명을 감안하면 과다하다”며 “전국에서 신입생을 뽑는 외고 확대는 평준화의 틀을 흔들고 중학생을 입시지옥으로 내몰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고는 거주하는 시도 내의 학교에만 지원해야 하지만 외고는 전국 지원이 가능하다.

이어 김 부총리는 “자사고를 확대한다고 했다가 번복한 게 사실”이라고 밝혀 청와대의 양극화 대책 부각 이후 입장이 바뀌었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또 김 부총리는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2곳을 개교하려는 계획에 대해 “외고 같은 중학교가 만들어지면 초등학생을 상대로 국제중 대비반 같은 학원이 생겨날 텐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울시교육청에 반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4일에도 KBS1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에서 외고나 과학고를 자꾸 만들려고 하는데 고교 입시를 부활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 국제중 설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가 4월 과학고와 외고 설립계획 현황을 파악한 결과 6개 시도 또는 교육청이 17개 학교(외고 8, 과학고 3, 국제고 4, 예술고 2)를 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총 “정권 코드 따라 입장 바꿨다”=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과학고와 자사고 설립은 교육부 인가사항이지만 외고와 국제중 등 특성화학교는 교육감이 지정 고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감 권한이라도 교육부는 포괄적인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다”며 “교육정책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송영식 사무총장은 “중고교 신설은 교육감 권한인데 이를 어기는 것은 감독청의 월권이자 교육자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도 “이 학교는 되고 저 학교는 안 된다고 압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교육수장이 정권의 코드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은 교육철학의 빈곤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의 ‘압력’에 숨고르기를 하는 분위기이지만 국제중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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