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둥지 삼아… 100여쌍 날갯짓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환경운동연합이 5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옥림리와 경기 김포시의 무인도인 유도에서 국내외 조류 전문가 40여 명과 함께 ‘저어새 번식지 국제 공동조사’를 했다. 저어새 오른쪽으로 백로가 함께 보인다. 인천=김재명 기자
환경운동연합이 5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옥림리와 경기 김포시의 무인도인 유도에서 국내외 조류 전문가 40여 명과 함께 ‘저어새 번식지 국제 공동조사’를 했다. 저어새 오른쪽으로 백로가 함께 보인다. 인천=김재명 기자
5일 오후 인천 강화군 강화읍 옥림리.

이제 갓 모내기를 한 논에서 암수 흰 새 한 쌍이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검은 부리를 물에 담근 새는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재빠르게 미꾸라지 한 마리를 낚아챈 뒤 하늘로 솟구쳤다. 그 순간 이 장면을 지켜보던 시민들에게서 “아” 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저어새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저어새들은 한반도로 날아와 봄부터 서해안 무인도 등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1600마리 정도 남아 있는 희귀종.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국내외 조류 전문가 등 40여 명과 함께 경기 김포시 북단의 무인도인 유도를 시작으로 강화도 동부 지역에 이르는 ‘저어새 번식지 국제 공동조사’에 나섰다.

일행은 이들의 신경을 거스를까 봐 유도로부터 500∼600m 떨어진 곳에서 조심스레 움직임을 지켜봐야 했다.

임진강과 한강 하구 사이의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유도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알을 품기에 안성맞춤인 곳. 그래서 유도는 저어새의 고향이 됐다. 하지만 4월 중순 한때 16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저어새 둥지의 일부가 사라졌다.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기석 박사는 “유도에서 저어새가 처음 발견된 1990년 초에는 5쌍에 불과했으나 2004년에는 60쌍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00쌍을 기대할 정도”라며 “다만 올해는 4월 중순의 폭우로 둥지가 유실돼 번식 시기가 1, 2개월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도에서 멀지 않은 강화도 동부 지역에서는 한가롭게 먹이 사냥에 나서는 저어새를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다. 유도에서 날아온 무리다.

어린 저어새는 염분 조절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미는 새끼들에게 미꾸라지, 붕어 같은 민물고기를 먹여야 한다. 강화도 동쪽 논이나 남부 갯벌 지역이 바로 민물고기의 보고다.

그러나 사람들은 저어새에게 치명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저어새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논에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면서 이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

국제자연보존연맹 종보존위원회의 맬컴 클라크 컬터 따오기·저어새 분과위원장은 “유도는 한반도에서 저어새의 최대 단일 번식지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한번 멸종된 생물은 정상 복원이 불가능하므로 저어새 번식지인 유도와 강화도 동부 지역의 논과 갯벌을 체계적으로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저어새

천연기념물 205호인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에만 1600마리가 남아 있는 멸종 위기의 보호새이다. 몸길이는 84cm 정도로 겨울깃은 흰색, 어른 새의 여름깃 가슴에는 옅은 갈색 띠가 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며 7월 하순에 4∼6개의 알을 낳는다. 우리나라 인천 강화군과 중국 동북부 및 남부지역 등에 분포하며 겨울은 일본이나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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