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군 사망장소 조작 시도” 당시 검안醫 19년만에 증언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박 군의 사망 장소를 조작하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박 군을 물고문했던 경찰관들이 이 사건의 피의자로 경찰의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당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숨진 박 군을 최초로 검안한 중앙대 의대 오연상(49) 교수는 6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관들이 이미 숨진 박 군을 중앙대 용산병원 응급실로 옮기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관들이 박 군이 응급실에 갈 때까지 살아 있었다고 우기려 했던 것 같다”면서 “진실 규명과 중앙대병원을 위해 병원 직원들을 동원해 경찰관의 병원 진입을 막았다”고 회고했다.

경찰은 당시 중앙대병원 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박 군의 시신을 경찰병원으로 옮겼다고 오 교수는 전했다.

그는 이어 “앰뷸런스를 타고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가던 중 수사관 한 명이 ‘(박 군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갈증이 난다고 해서 물을 많이 먹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해 보니 박 군의 심장이 이미 멎어 있었다”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강심제를 주사했으며 30분 뒤 사망 진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사건 발생 사흘 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을 때 경찰관 두 명이 교대하면서 ‘(고문 관련자들이) 아직도 (사건 경위에 대해) 얘기를 안 했어? 손 좀 봐야겠구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박 군을 고문했던 경찰관들도 고문당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당시 23세) 군은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중 물고문으로 숨졌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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