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정부 부동산대책 뒤 격차 더 벌어져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0분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동산대책을 편 이후 서울지역 아파트의 대형과 소형 간, 강남과 강북 간 가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199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시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50평 이상과 20평 미만 아파트의 평당 가격차는 1997년 이후 500여만 원이었으나 정부가 2002년 ‘9·4대책’을 시작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1500여만 원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막중 교수는 8일 한국주택협회가 주최하는 ‘주택시장 진단 및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정부 부동산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정부 규제는 시장원리 무시=2002년 이후 서울시 아파트의 평당 매매 가격이 강남지역 4개구는 51%, 강북은 25% 올랐다.

이 교수가 지난달 초 수도권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52%가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42.2%가 지역 간 집값 차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아파트 평수와 지역 간의 가격 양극화 심화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중복 규제 탓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1가구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자 더 많은 투자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면서 “소형주택 의무비율과 임대주택 공급의무 규정 등은 대형 평형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국민에게 줬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영향력 생각보다 작아=2004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실거래가를 조사한 결과 강남지역 5년 미만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20년 이상 아파트의 평당 가격에 선행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함께 상승했으며 강남·북 전 지역에서 올라 실수요에 의한 가격 상승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서울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정부의 인식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최 교수는 “투기는 재건축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정해진다”며 “재건축을 통해 새로 공급되는 소수의 아파트 물량이 다른 일반 아파트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강남의 재건축 활성화’=최 교수와 이 교수는 높은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주민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8·31대책 이후 주택 구입 계획 감소자는 4.8%였고 주택 매각 계획 감소자는 10.6%였다. 이는 집을 팔려다가 포기한 사람이 사려다가 포기한 사람보다 많아 시장에서 매매되는 주택 분량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개발 가능한 토지가 거의 고갈된 강남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재건축 활성화”라며 “재건축을 미루면 가격 상승의 압박이 커지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 심리도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후 아파트가 실제로 지어지는 2, 3년 뒤에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기조로 재건축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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