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 5명 임명 제청]내부승진 4명…조직안정 중시

  • 입력 2006년 6월 8일 03시 01분


7일 발표된 대법관 후보자 인선은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7일 발표된 대법관 후보자 인선은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용훈 대법원장이 7일 임명 제청한 대법관 후보 5명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았다.

대법원 인적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각계의 추천을 받았지만 후보 5명 가운데 4명이 현직 법관이었기 때문이다.

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 탄생을 앞두고 있지만 재야와 학계 인사는 막판에 제외됐다.

▽전문성과 ‘조직 안정’에 무게=김능환 박일환 이홍훈 전수안 안대희 후보자는 모두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문성’에 대한 이 대법원장의 기대가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가운데 가장 후배 격은 사법시험 18회인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전 후보자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가장 낮은 서열은 사시 17회(김능환 울산지법원장, 안대희 서울고검장)다.

지난해 11월 대법관 인사 당시 사시 21회(박시환 김지형 대법관)를 발탁해 법원 안팎에서 ‘서열 파괴’라는 평을 들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제청자문위원회가 추천한 15명 중 일부는 검증 과정에서 재산과 병역 등 문제가 불거져 막판에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야와 학계 인사 일부는 본인들이 끝까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대법원 판결 경향 변할까=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로 대법원 판결 경향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 대법원장 취임 뒤 ‘새만금 소송’과 ‘천성산 도롱뇽 사건’ 등 주요 사건에서 기존 판결 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임명된 3명의 대법관 가운데 2명(박시환 김지형)이 중요 사건 판결에서 비교적 진보 성향의 소수 의견을 내는 정도였다.

새로 임명 제청된 후보자 중에는 이홍훈 전수안 후보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판결 경향을 보인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대법관 판결 경향은 종전에 비해 좀 더 ‘진보적’ 성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원 후속 인사 파장 최소화=이번에 제청된 후보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철저한 인사검증과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오랫동안 재산, 병역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강도 높은 검증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모두 대법관이 되더라도 후속 인사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사시 14회 이상 법원장 등 고위 법관의 거취는 다소 불투명하다.

내년 3월 설치될 예정인 고법 상고부에는 고법 부장급 법관과 지법원장이 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각계 반응 “대체로 무난”▼

법원 안팎에서는 후임 대법관 5명에 대해 부정론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새 대법관 후보 대부분은 법률 이론가로서 명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여론이나 권력으로부터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소신과 신념을 가진 분들”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공개로 대법관 후보를 추천했던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와 달리 자질과 능력 있는 정통 법관 위주로 서열을 중시했다”며 “재야와 학계 인사가 배제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변협은 15명을 추천해 4명이 임명 제청됐다고 밝혔다.

역시 비공개로 6명의 후보를 추천했던 변호사단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사무총장은 “이른바 코드형 인사가 일부 포함돼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 청문회 과정에서 이 부분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대법관의 추가 탄생을 반기는 목소리도 많았다.

서울고법의 한 여성 판사는 “여성 대법관이 다시 제청된 것은 내부적으로 점차 늘어나는 여성 법관의 권익 향상을 위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사무처장은 “여성 대법관이 2명이 되긴 했지만 대법원이 소수자나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여성 대법관 후보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인사가 배제된 점을 아쉬워하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학계 인사가 대법관이 되지 않아 의외”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주로 사법시험 15∼17회에서 인선돼 지법원장의 승진코스 최종점이 대법관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이용훈 대법원장이 보였던 변화와 개혁이 퇴보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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