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과 수색=사고 당시 F-15K는 단독 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추락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레이더에서 사고기의 항적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공군의 발표로 미뤄볼 때 사고기는 비행 중 돌발사태를 맞아 손쓸 겨를도 없이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은 전투기 추락사고가 대부분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의 비행착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이번 사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F-15K가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미 공군의 F-15E를 개량한 최신기종인 데다 도입된 지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기체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다수 전문가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F-15K가 F-15 기종 중에선 처음으로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엔진을 장착한 사실을 이번 사고와 연관짓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종사들이 야간비행 중에 순간적으로 바다와 하늘을 혼동하는 비행착각 현상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F-15K와 같은 최신기종에는 첨단레이더와 각종 야시장비가 탑재돼 조종사가 비행착각을 일으키더라도 즉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사고기의 각종 잔해를 수거해 정밀조사를 거친 뒤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직후 공군은 추락지점으로 추정되는 경북 포항 앞바다에 조명지원기인 CN-235 1대와 탐색 구조헬기인 HH-60 및 HH-47 1대씩을 급파했다. 해군에서는 UH-60 헬기 1대와 구축함 3척, 고속정 4척을, 해경도 해경정 1척을 인근 해역에 긴급 투입해 기체 잔해와 조종사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파장=이번 사고로 앞으로 F-15K의 도입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4대가 도입된 F-15K는 올해 14대를 비롯해 2008년까지 총 40대가 연차적으로 도입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도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사고원인이 기체결함으로 밝혀질 경우 내년 1월부터 독도영공 초계비행에 제한적으로 운영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실전배치하겠다는 공군의 F-15K 전력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공군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2009년 이후 F-15K급 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2차 차세대전투기(FX)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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