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0시 반(현지 시간)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 지역 코손 유전지대 내 공사 현장에서 발발한 한국인 직원 피랍 사건을 직접 지켜본 대우건설 직원들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대피한 직원 9명을 보호하고 있는 대우건설 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 사무소의 한상호 부장은 이날 기자와의 국제전화에서 “심야에 워낙 급작스레 일어난 일이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다음은 한 부장과의 통화 내용.
―건설 현장은 어떤 곳인가.
“나이지리아의 유전지대인 코손 일대 늪지대다. 대우건설이 2001년부터 공사비 3억1588만 달러를 들여 이 일대에서 짓고 있는 가스 플랜트 및 배관 공사 현장 가운데 하나다. 나이지리아 제3의 도시인 포트하커트에서 고속정을 타고 40∼50분 들어가야 하는 곳으로 공사 현장과 직원들의 숙소도 늪지대 위에 설치돼 있다.”
―무장 괴한들이 어떻게 침입했나.
“6일 오후 11시 반 숙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공사 현장 인근 고속정 정박지에 약 35명의 무장괴한들이 고속정 10척에 나눠 타고 접근했다. 우선 직원들의 발을 묶기 위해 고속정 6척을 로켓포 등으로 격침시킨 뒤 육로를 통해 숙소로 접근했다. 직원들이 안전을 위해 숙소 문을 자물쇠로 잠갔는데 괴한들은 기관총 등으로 부순 뒤 난입했다고 한다.”
―숙소 인근에 나이지리아 해군 등 경비 병력이 있었다고 하던데….
“경비 병력은 주로 총기 등으로 무장했지만 괴한들은 로켓포 등을 준비했으니 별다른 저항을 못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측은 피랍 당시 숙소 인근에는 대우건설 측이 고용한 나이지리아 해군 병력 13명과 발주처인 다국적기업 셸이 별도로 고용한 경비 병력 40여 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괴한들의 화력에 밀려 교전 과정에서 정부군이 최소 3명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피랍 당시 괴한들의 특별한 요구 사항은 없었나.
“워낙 순식간에 발생해서 별다른 말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피랍을 피한 9명은 숙소 인근 중앙통제소로 신속히 대피했다. 괴한들이 숙소 일부에 총격을 가해 유리창 등 일부가 파손됐다.”
―숙소 인근 공사 현장은 피해가 없나.
“난입한 지 한 시간 만에 직원들을 납치하고 철수했기 때문에 숙소 외의 물리적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대우건설 측은 7일 오후 4시 현재 직원들은 이 지역에서 철수한 상태지만 해군 등 경비 병력은 재배치했다고 전했다.)
―무사한 직원들은 어떻게 탈출시켰나.
“상황을 접한 포트하커트 사무소 직원 등이 현지로 급파돼 7일 오전 5시경 발주처 측에 이송용 헬리콥터를 요청했다. 부상한 일부 경비 병력을 우선 철수시킨 뒤 나머지 직원들이 탈출했다.”
―탈출한 직원들의 상태는 어떤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을 탈출하기까지 한숨도 못자서 지금까지 대부분 자고 있다. 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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