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청성면 산계리에 사는 김영호(80) 할아버지와 문갑연(71) 할머니 부부는 1일 원인모를 화재로 살림살이를 몽땅 잃었다.
가까스로 주거 공간은 남았지만 군(郡)에서 지원하는 돈으로 생활해 오던 김 할아버지 부부는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설상가상 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해 오갈 데 없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런 노부부에게 최근 농협에서 ‘300만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영동소방서 소방관들이 동전을 모아 대납해 준 화재보험의 혜택을 받게 됐다.
소방서 직원들은 2004년 3월부터 부서 입구와 휴게실에 ‘자투리 동전 모으기’라는 이름이 붙은 동전 모금함을 설치했다.
커피를 마시거나 잠시 쉬기 위해 이곳을 다녀가는 직원의 동전이 차곡차곡 쌓여 매달 10만여 원이 모였다.
여기에다 120여명의 직원이 월급에서 1인당 500원씩 뗀 돈을 합쳐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혼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 57가구를 대상으로 농협 ‘내집사랑 화재공제’ 상품에 들어줬다.
매달 가구당 1만6350원의 보험료를 내면 화재 발생시 피해 정도에 따라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상품이다.
김 할아버지는 “살길이 막막했는데 조그마한 방이라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마워했다.
영동소방서 배달식(52) 서장은 “어려운 형편의 농촌 노인이 화재로 피해를 입을 경우를 대비해 십시일반 정성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영동소방서의 이 시책을 우수 행정사례로 선정하고 도내 다른 소방서에 벤치마킹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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