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F-15K의 기체 잔해와 조종사 유해 일부가 8일 발견됨에 따라 공군은 사고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기술진과 협조해 이른 시일 안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공군에 따르면 7일 오후 7시 45분경 대구 제11전투비행단을 이륙한 F-15K 3대는 곧바로 포항 앞바다 상공으로 이동해 가상 요격훈련에 들어갔다.
이 훈련은 야간에 침투하는 적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F-15K 2대가 아군기를 맡아 가상 적기인 나머지 1대를 ‘탐지→식별→추적→격파’하는 단계로 진행된다.
당시 전투기들은 비무장 상태로 1만8500피트(약 6000m) 상공을 오르내리며 추격전을 벌였다. 훈련 상황은 대구기지 제2중앙방공통제소(MCRC)의 레이더에 시시각각 잡혔고 조종사들과 지상관제요원의 교신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오후 8시 20분경 갑자기 아군기 중 F-15K 1대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밤샘 수색작업에 나선 구조헬기와 해군함정, 해경정은 8일 새벽 사고기 잔해 일부와 조종사 유해 일부를 발견했다. 공군은 비상 탈출 시 조종사의 조난 위치를 알려 주는 신호가 없었던 점에 비춰 두 조종사가 추락 직전까지 기체를 구하기 위해 분투하다 비상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첨단 레이더와 각종 야시(夜視) 장비로 전천후 비행이 가능한 F-15K의 갑작스러운 추락 원인을 두고 기체 결함과 비행 착각현상(야간비행 중 하늘과 바다를 착각하는 현상) 같은 조종사의 실수에 이르기까지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군은 사고기의 각종 비행기록 정보가 저장된 장치(블랙박스)를 찾지 못하더라도 사고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고기와 지상관제소의 교신 내용이 있는 데다 F-15K에 탑재된 데이터링크 시스템에 의해 사고기의 비행 정보들이 다른 F-15K에 무선으로 기록돼 있어 이들 자료를 분석하면 된다는 것.
그러나 블랙박스가 없으면 정확한 원인 규명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F-15K에는 200여 가지의 비행정보가 초 단위로 기록되는 저장장치(FDR) 2개와 추락 직전까지 조종석에서 본 전방 상황을 녹화한 디지털 영상기록장치(DVR) 등의 블랙박스가 탑재돼 있다.
공군은 일단 올해 말까지 F-15K 14대를 도입한다는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나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도입 일정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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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희망마저…” 유족들 오열
지난달 5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소속 A-37B의 추락 이후 한 달여 만에 F-15K의 추락으로 2명의 최정예 조종사가 또다시 순직하자 공군은 충격에 휩싸였다.
7일 F-15K 추락 사고로 순직한 김성대(36·공군사관학교 41기) 중령과 이재욱(32·공사 44기) 소령은 ‘베테랑 파일럿’이자 자상한 가장이었다.
1989년 공사에 입학해 전체 2등으로 졸업한 김 중령은 F-5, F-16 전투기를 조종하다 2004년 5월 F-15K 조종요원으로 선발돼 1년 넘게 미국에서 비행교육을 받았다.
이후 F-15K가 배치된 대구기지에서 교관을 맡았다. 그는 5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하는 한편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도맡기도 했다.
지난해 F-15K 조종사로 선발된 이 소령은 F-15K대대 창설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부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고 대대 표식을 직접 디자인할 만큼 F-15K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100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4세 아들과 1세 딸의 동영상 앨범도 직접 만들었다. 공군은 순직한 두 조종사에게 일계급 승진을 추서했다.
공군은 8일 낮 대구 제11전투비행단 내 체육관에 순직 조종사들의 빈소를 마련했다.
김 중령의 부인(35)은 “야간훈련 다녀오겠다면서 웃으며 집을 나선 지 얼마 안 돼 사고 소식을 들었다”면서 “병원에 입원 중인 시어머니께는 사고 소식조차 알리지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소령의 부인(29)은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흐느꼈다.
고인들의 유해는 9일 오후 대구기지에서 부대장으로 영결식을 치른 뒤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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