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 강의는 2004년 정부가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내신 위주 대학입시, 수준별 수업 확대, 교원 다면평가제 등도 함께 발표됐다. 하지만 수준별 수업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대에 부닥쳤고, 교원평가제 역시 전교조의 반발로 무늬만의 시범실시만 마친 상태다. 공교육 내실화는커녕, 수업시간에 아예 EBS 교재를 쓰는 학교도 적지 않아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늘렸다. ‘EBS 관제 과외’가 공교육을 되레 부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EBS는 지난해 “판매이익을 수능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으나 저소득층에 대한 강의교재 무상 공급과 PC보내기에 쓴 돈은 13억7000만 원에 그쳤다. 그 3배가 넘는 43억 원은 임직원 성과급으로 지급됐고 52억 원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손실 보전에 쓰려다가 적발됐다. 방송위원회가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권영만 EBS 사장의 집단이기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감독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이번 사태는 국가가 대학입시를 규제하는 데 따른 비효율과 부패가 도를 넘었음을 보여 준다. 정부가 내신과 수능 비중까지 간섭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공영방송을 통해 사교육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EBS 수능 강의가 방영 초기에는 사교육비 절감에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값싸고도 수준 높은 민간부문의 인터넷 강의가 얼마든지 있다. 정부가 진짜로 사교육비 절감을 꾀하겠다면 EBS 수능교재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포하면 된다. 실패로 드러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전면 재검토해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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