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을 출발해 서울 김포공항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8942편(에어버스 321 기종)은 9일 오후 5시 50분경 경기 안양시 상공에서 착륙 준비를 위해 시속 300∼400km로 속도를 줄였다.
이때 갑자기 탁구공과 야구공만 한 크기의 우박이 조종석 유리창을 마구 때려 창에 균열이 가 조종사의 시야를 가렸다.
이어 레이더 장치가 장착된 항공기 노즈 레이덤(Nose Radom: 기체 앞 뾰족한 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고 엔진 커버 부분에 구멍이 났다. 이 노즈 레이덤은 길이 2m, 무게 30kg으로 다행히 인적이 드문 곳에 떨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다.
기체 파손에 따른 충격으로 여객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단체 여행을 다녀오던 초등학생 일행을 비롯한 일부 탑승객은 구토 증상을 보였다. 조종사가 기내 방송으로 비상 상황을 알리자 승객 200여 명이 불안에 떨었다.
조종사는 즉각 김포공항 관제탑에 비상착륙을 요청했고, 랜딩기어(항공기 바퀴)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재이륙을 시도하며 김포공항 상공을 한 차례 선회한 뒤 예정보다 15분가량 늦은 오후 6시 14분경 안전하게 착륙했다. 공포에 질린 승객들은 그제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20분가량 폐쇄해 국제선과 국내선 항공기 수십 대가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만일의 경우 사고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인천공항 활주로까지 폐쇄한 것이다.
장마철에 우박으로 인해 운항 중인 여객기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처럼 동체가 떨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일부 기체가 심하게 파손돼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며 “승객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사고는 우박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1차 조사됐다”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와 함께 비행기를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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