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권력기관’이 바뀌었다?

  • 입력 2006년 6월 11일 16시 22분


'빅4 권력기관'은 군 검찰 경찰 국정원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여왔으나 실제 권력지수를 측정해 보니 재경부 검찰 국방 교육부가 1~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끈다.

11일 연세대 대학원 행정학과 오재록(35) 씨의 박사학위 논문 '관료제 권력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45곳의 권력 지수를 측정한 결과 재정경제부 67.92점, 검찰청 67.77점, 국방부 65.74점, 교육인적자원부 55.75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6~10위는 건설교통부와 행정자치부, 경찰청, 보건복지부, 국가정보원, 감사원이 차지했고 40~45위는 법제처, 국정홍보처, 통계청, 농촌진흥청, 국가인권위원회, 기상청 순이다.

재경부가 1위를 차지한 이유는 기금을 포함한 예산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경제부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가진 점, 최근 5년간 장관급 인사 29명과 차관급 인사 32명을 배출한 점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아서다.

검찰청은 공소권, 수사권, 기소재량권 등 독점적 권한이 커서, 국방부는 소속인원이 70만 명에다 요직 보유비율이 높아서, 교육부는 공무원 33만 명에 소속기관 규모가 방대하고 고위직이 많아서 각각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오 씨는 기관별 자원 지수 등 5가지 지수를 계산한 뒤 가중치를 적용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권력지수를 측정했다.

5가지 지수는 자원 지수(총 직원수·고위직수·예산규모 등), 자율성 지수(예산전용비율·특수활동비·하위 법령수 등), 네트워크 지수(소속·산하기관·업무연계성 등), 영향력 지수(장차관 진출자·요직비율·언론관심 등), 잠재력 지수(공소권 등 주요 권한)이다.

가중치는 국무총리실 국·과장급 16명을 대상으로 측정 지표들의 상대적 중요도를 면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산출했다.

지수별로 보면 자원지수는 교육인적자원부, 자율성지수는 국가정보원, 네트워크지수는 교육인적자원부, 영향력지수는 검찰청, 잠재력지수는 검찰청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오 씨는 "정부기관의 객관적 권력 지수를 측정, 데이터화할 필요를 느껴 연구를 수행했다"며 "군·검찰·경찰·국정원이 '빅4 권력기관'으로 불려왔는데 이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주요 권력기관의 구성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 지수가 월등히 높은 기관에 대해서는 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며 행정기관의 기능과 권한을 장기적이고 권력적인 관점에서 재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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