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교원 촌지 징계기준’ 발표

  • 입력 2006년 6월 12일 03시 02분


《교육인적자원부가 7일 ‘교원 금품·향응 수수 관련 징계 처분기준’을 새로 만들어 발표했다. 교육청별로 제각각이었던 ‘촌지’ 수수에 대한 처벌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학교에서의 촌지 수수를 근절해야 한다는 데는 학부모나 교사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교원 수준 무시하는 정책▼

교사집단 전체에 ‘주홍글씨’ 새겨

현재 법규로도 충분히 처벌가능

교육부의 ‘교원 금품·향응 수수 관련 징계처분 기준’을 보고 가장 먼저 너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가 떠올랐다. 평생 죄의 표지인 주홍빛 ‘A’를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주인공처럼 교사들은 언제까지 가슴에 ‘촌지’라는 주홍빛 표지를 새기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람들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렇지만 몇몇 부적절한 교사의 행위를 전체 교사에게 확대시켜 동일한 시각으로 비난하며 주홍글씨를 새기는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촌지’라는 주홍글씨를 개인이 아닌 교사 집단에 새길 때 교사들은 자긍심을 느낄 수도, 좋은 선생님이 될 수도 없다.

해마다 5월 ‘스승의 날’만 되면 교사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 가득했던 교단은 각종 감사기관, 교육행정 당국, 학부모단체, 언론 등으로부터 촌지와 관련한 의심에 찬 눈초리를 받는다. 이로 인해 교권은 얼룩지고 추락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이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촌지’ 근절을 위해서 더 엄한 잣대를 들이대도 좋으니 그 잣대를 만들 때는 그 대상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교사는 높은 도덕성과 인품을 소유하고 다음 세대를 길러 내는 종합적인 능력을 요구받는 전문직이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그 중요성에 걸맞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요구한다면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교육부의 촌지 관련 징계처분 기준은 징계를 위한 목적으로는 구체적일지 모르지만, 미국의 심리학자 로런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기준에 따르면 최하위 수준인 ‘처벌을 두려워하여 도덕을 지키게 하는 수준의 요구’에 그쳤을 뿐이다. 즉 더 높은 수준을 교사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압력을 포기하게 하였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는 교사에게 가장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압력을 계속 가해야 한다. 그래서 높은 도덕성을 확립한 교사가 스스로 만든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우리 자녀에게도 교육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 비리교사를 징계할 수 있는 법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집행 시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었다는 여론을 감안할 때 교육부는 또 다른 처벌 기준을 만들기보다는 지금의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우선 했어야 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이러저러한 또 다른 대책을 내놓는 데 치중하다 보니 전체 교원이 부조리 집단인 양 매도되고 여론을 부정적으로 부추기는 결과만 초래했다.

부적격 교사, 촌지 받는 교사는 엄중 문책해야 한다. 교사들도 교육 전문가의 자긍심과 위상은 스스로 만든다는 측면에서 사회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생산라인에서 불량품을 판별해 내는 듯한 교육부의 징계 기준은 최상의 교사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아무래도 불량품을 피해 가는 수준의 교사를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유현정 인천계산여고 교사 한국교총 대변인


금품 향응 수수 교사에 대한 징계 기준
비위 유형수수행위10만 원미만10만∼100만 원100만∼ 300만 원300만∼500만 원500만∼1000만 원1000만 원 이상
의례적인 경우수동경고 견책견책 감봉감봉정직해임파면
능동견책 감봉감봉 정직정직정직 해임해임 파면
직무와 관련 있지만위법·부당한 행위는 안 함수동해임파면
능동감봉 정직정직 해임해임해임 파면
직무와 관련 있고위법·부당한 행위도 함수동파면
능동정직 해임해임 파면파면

▼비현실적인 조항에 실망▼

직무관련성 여부 구분 가능할까

교육부案학부모 정서와 거리감

10만 원 미만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교사도 징계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한 학부모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해 왔다. 당연히 ‘촌지’라고 생각해 왔던 ‘10만 원 미만의 금품’이 그동안 촌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다고 했다. 또 가장 비교육적인 교사라고 생각했던 ‘촌지 교사’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비현실적이어서 실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당당히 ‘10만 원 미만의 촌지 아닌 촌지’를 받았고, 그와 유사한 미니냉장고와 각종 비품 등을 받아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 학부모는 지금까지 10만 원이 넘는 촌지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했다. 2년 전까지도 5만 원을 봉투에 넣었다가 최근에야 10만 원으로 올렸다고 털어놓았다. 그 촌지를 주면서도 항상 죄짓는 마음으로 살았단다.

아마도 대부분 학부모의 정서가 이러하리라고 본다. 이런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학부모의 정서에 비추어 볼 때, 금품·향응 수수 교원의 징계를 강화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를 환영은 하지만 무조건 반기게 되지는 않는다.

우선 비위 유형을 의례적인 것과 직무 관련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임원 학부모가 학기 초에 교실에 미니냉장고를 비치할 때(아직도 이런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을 개탄할 일이지만), 이를 임원 학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교사 측과, 아이가 임원만 아니어도 안 했을 직무상 금품 전달이라고 생각할 학부모 간의 의견 차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인가.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교직에 몸담은 교사와 관련된 일은 모두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수수행위가 수동인지 능동인지를 가르는 것도 사실상 웃기는 일이다. 과연 자기 입으로 금품을 직접 요구하는 교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정황과 분위기로 ‘촌지 신호’를 받고 가져다주는 학부모가 대부분인 만큼, 이를 구분해 수동인 경우 처벌을 완화한 것은 이상하다.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교사들의 경우, 사전에 통신문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그럼에도 굳이 가져온 학부모의 촌지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는 만큼 수동 능동을 따질 것이 아니라 금품·향응을 수수한 교사는 ‘자동’으로 처벌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주면서 성적 조작이나 시험문제지 유출 같은 위법·부당한 행위를 바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학교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느낄지도 모를, 그리고 느끼고 있을 차별이나 편애로 아이들이 쓸데없는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럼에도 이런 경우가 처벌 조건에 있는 것은 형식적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징계기준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기준을 강화한 것은 일부 교원의 촌지수수행위를 근절해서 묵묵히 직무에 전념하고 있는 대다수 교원의 교권과 명예를 보호하고, 교사들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학부모의 정서를 깊이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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