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이강규/우리말 보호 공무원이 모범을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지난달 15일 동아일보 A14면에는 서울시가 저출산 극복 대책의 하나로 ‘평등한 남녀 가사 육아 분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여기에 쓰일 사업 명칭을 공모해 4개를 선정했다는 소식이 실렸다. 그런데 선정된 사업 명칭이 ‘가사분담 家治! 둘이! 함께!’, ‘아름다운 투 톱-황금 분할’, ‘더불어 기르미’, ‘가사 육아 투게더’ 등이었다. 우리말에는 가치(家治)란 말은 없다. ‘기르미’라는 말은 맞춤법에 어긋나고, ‘투 톱’이나 ‘투게더’는 외래어도 아닌 외국어다.

환경부 행정자치부 산업자원부는 5일 제11회 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층에서 ‘쿨 비즈 코리아’ 선포식을 했다고 한다. 넥타이를 매지 말고 반팔 차림으로 근무해 사무실 냉방에너지를 절약하자는 것이라는데, ‘쿨 비즈 코리아’란 말을 듣고 그런 취지를 연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보건복지부는 32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상징으로 ‘새로마지 플랜 2010’을 내걸었다고 한다. ‘새로마지’는 얼른 뜻을 알 수도 없으려니와 맞춤법에도 어긋난다.

우리말이 꽃피울 수 있도록 앞장서서 힘써야 할 정부와 공무원들이 오히려 많은 돈을 들여가며 우리말을 경시하고 훼손하니 슬픈 일이다.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는 우리말! 정부와 공무원들부터 바르고 곱게 쓰자.

이강규 서울 송파구 송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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