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원어민교사에 영어과외 받는 화원中 학부모들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서울 강서구 화곡7동 화원중 학부모들이 12일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자녀와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사에게 배우는 ‘주부 학생’들은 “집에서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홍수영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7동 화원중 학부모들이 12일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회화를 배우고 있다. 자녀와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사에게 배우는 ‘주부 학생’들은 “집에서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겠다”며 열의를 보였다. 홍수영 기자
중학교 3학년생들까지 모두 하교를 한 12일 오후 3시 40분. 서울 강서구 화곡7동 화원중학교 3층의 한 교실에서 영어 수업이 시작됐다.

하나둘 모여드는 학생들은 출석부에 사인을 하고 작은 책걸상에 앉는다. 지난 시간 배웠던 표현을 복습하는 학생, 옆 짝꿍과 이야기하느라 신이 난 학생 등 영락없이 수업 시작 전 교실 풍경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일랜드 출신 교사 패나핸 배리(26) 씨가 인사를 건넨다.

“헬로, 에브리원!”(안녕하세요, 여러분!)

“하이!”(안녕하세요!)

14명의 학생이 크게 답한다. 이들은 화원중에 자녀를 둔 주부다.

화원중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무료 원어민 영어회화교실을 열었다. 수업에 참가하는 학부모들은 매주 월요일 50분 동안 아이들과 같은 교실, 같은 선생님을 공유한다. 이 클래스는 12월 말까지 계속된다.

원어민 성인 영어회화교실 운영은 강서구청이 제안해 이뤄졌다. 강서구청은 화원중이 원어민 교사제를 운영한 지 4년째에 이른 만큼 지역사회에서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비용은 구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세 번째 수업인 이날의 주제는 ‘취미와 관심사’다. 배리 씨는 요리, 예술, 정원 가꾸기, 쇼핑 등 주부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하는 일들로 보기를 들었다. 주부 학생들은 하나라도 놓칠까 또박또박 원어민 교사의 발음을 따라했다.

발음 연습이 끝나고 실전 대화가 이어졌다.

“두 유 라이크 쿠킹?”(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노 아이 돈트.”(아니요,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한 학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모두가 소녀처럼 “까르르” 웃었다.

딸 김보람 양이 이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강정아(46) 씨는 “지난주 배웠던 팝송을 MP3 파일로 내려받아 설거지하면서 계속 들었다”며 “책 놓은 지 오래됐지만 기분이 새롭고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3학년생 김지수 군을 둔 이금숙(42) 씨도 “아이가 이제 엄마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화원중은 첫 번째 영어교실을 올해 말 마친 뒤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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