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모여드는 학생들은 출석부에 사인을 하고 작은 책걸상에 앉는다. 지난 시간 배웠던 표현을 복습하는 학생, 옆 짝꿍과 이야기하느라 신이 난 학생 등 영락없이 수업 시작 전 교실 풍경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일랜드 출신 교사 패나핸 배리(26) 씨가 인사를 건넨다.
“헬로, 에브리원!”(안녕하세요, 여러분!)
“하이!”(안녕하세요!)
14명의 학생이 크게 답한다. 이들은 화원중에 자녀를 둔 주부다.
화원중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학부모를 대상으로 무료 원어민 영어회화교실을 열었다. 수업에 참가하는 학부모들은 매주 월요일 50분 동안 아이들과 같은 교실, 같은 선생님을 공유한다. 이 클래스는 12월 말까지 계속된다.
원어민 성인 영어회화교실 운영은 강서구청이 제안해 이뤄졌다. 강서구청은 화원중이 원어민 교사제를 운영한 지 4년째에 이른 만큼 지역사회에서도 활용하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비용은 구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세 번째 수업인 이날의 주제는 ‘취미와 관심사’다. 배리 씨는 요리, 예술, 정원 가꾸기, 쇼핑 등 주부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하는 일들로 보기를 들었다. 주부 학생들은 하나라도 놓칠까 또박또박 원어민 교사의 발음을 따라했다.
발음 연습이 끝나고 실전 대화가 이어졌다.
“두 유 라이크 쿠킹?”(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노 아이 돈트.”(아니요,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어민 교사의 질문에 한 학생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모두가 소녀처럼 “까르르” 웃었다.
딸 김보람 양이 이 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강정아(46) 씨는 “지난주 배웠던 팝송을 MP3 파일로 내려받아 설거지하면서 계속 들었다”며 “책 놓은 지 오래됐지만 기분이 새롭고 의욕이 생긴다”고 말했다. 3학년생 김지수 군을 둔 이금숙(42) 씨도 “아이가 이제 엄마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화원중은 첫 번째 영어교실을 올해 말 마친 뒤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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