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선소는 미니 월드컵村

  • 입력 2006년 6월 15일 03시 00분


13일 울산의 현대중공업 외국인 사택 클럽하우스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외국인 직원들. 이 회사에는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가운데 22개국 출신의 직원이 근무해 응원 열기가 뜨겁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13일 울산의 현대중공업 외국인 사택 클럽하우스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외국인 직원들. 이 회사에는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가운데 22개국 출신의 직원이 근무해 응원 열기가 뜨겁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우아!”

14일 오후 10시 울산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외국인 사택 2층 클럽하우스.

독일 월드컵 H조 예선 스페인-우크라이나 경기를 TV로 지켜보던 외국인 100여 명은 선수들이 멋있는 슈팅을 할 때마다 힘찬 박수를 보내고 함성을 질렀다. 30여 평의 클럽하우스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우크라이나인 11명은 가족과 함께 나와 자국 팀을 열심히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승패를 떠나 서로를 격려하고 맥주로 건배했다.

응원에 참가한 스페인 출신 카를로스 발레론(42) 씨는 “타향에서 월드컵 응원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는 우리가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선박이나 해양설비 엔진을 주문에 따라 제대로 제작하는지 감독하거나 직접 작업에 참여하라고 선주나 발주회사가 파견한 감독관과 그 가족.

현대중공업은 세계 50여 개국에서 선박과 해양설비를 주문받아 생산해 외국인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 가운데 22개국 출신 1500여 명이 현대중공업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등 우승 후보국 국민이 포함된다. 유럽의 경우 본선에 진출한 14개국 가운데 포르투갈과 체코를 제외한 12개국 직원이 머물고 있다.

영국인이 선박 감독관 등 158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미국인으로 원유 생산설비 및 해저 액화천연가스(LNG) 탱크공사 감독관 등 96명이 파견됐다.

현대중공업은 이 ‘다국적 응원단’을 위해 클럽하우스에 50인치 대형 TV를 추가로 설치하고 맥주와 안주를 실비로 제공하고 있다.

잉글랜드-파라과이전을 지켜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사 직원 칼라일(45) 씨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과 함께 월드컵 경기를 보니 더욱 감동적”이라며 “잉글랜드는 파라과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축구 사랑이 남다른 나이지리아인과 중국 콜롬비아 러시아 그리스인도 함께 모여 경기를 흥미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처럼 많은 국가의 근로자들이 한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점은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