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에는 적절한 역할모델이 필요하지만 직장일이 바쁜 아빠가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내주길 바라기는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친척집 왕래도 별로 없어 삼촌이나 친척 형을 통해 어른 남자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남자아이들만 아빠의 존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빠가 외국에서 6년째 사업을 하고 있어 엄마, 여동생과 살고 있는 여고 1년생 지연이(16·가명·경기 고양시 일산구)는 2년 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때 또래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로부터도 괴롭힘을 당한 이후 일종의 '남학생기피증'에 걸려 있다.
지연이 엄마(42)는 "딸아이가 순탄치 못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같은 또래 남학생들에게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아빠를 통해서라도 제대로 된 어른 남자를 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남자에 대한 불신이 오래 이어질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가정뿐 아니라 학교마저 '남자결핍' 현상이 심각하게 되자 사춘기 자녀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 엄마들은 학원의 남자 강사나 남자 과외교사들을 '대안'으로 찾고 있다.
명진이 엄마(40)는 얼마 전 아이를 위해 집 근처 논술 학원을 소수문하다가 30대 초반의 인상 좋은 남자강사가 있는 학원을 택했다.
명진이 엄마는 "단순히 공부지도만 바라는 게 아니다"며 "아버지나 삼촌처럼 아이를 대해 주고 엄마에게 말 못하는 고민도 함께 얘기하면서 남자로서 적절한 충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벤처사업가 아빠를 둔 재민이(16·가명·서울 강동구 명일동)는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문제에 대해 아빠가 아니라 주로 남자 과외교사와 얘기한다.
재민이 엄마인 박 모(43) 씨는 "아이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 적성을 감안해 진로문제를 생각해야 하는데 엄마로서는 머리 큰 아들과 대화에 한계가 있다"며 "명문대 남학생에게 과외를 시키면서 공부나 진로에 대해 아이에게 많은 충고를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국어전문학원 강사인 남 모(30) 씨는 "다른 과목보다 토론과 대화의 비중이 큰 논술과목을 맡기도 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상 학생 어머니로부터 논술이외에 대화를 많이 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17년째 단과전문 학원을 운영하는 강삼호(60·여) 씨는 "다른 학원들도 초등부를 중심으로 여강사가 늘긴 했지만 아직도 남자강사가 많다"며 "여교사 비중이 큰 학교에서와 달리 남자만의 차별화된 시각으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고 학원이나마 '남선생님'을 원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주로 남자강사를 채용한다"고 말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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