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과서 내용을 제시문 소재로 활용하는 등 고교 교육과정을 출제에 반영하고 낯익은 주제가 많아 일선 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 무난히 소화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문제 나왔나=인문계 자연계 각각 5문항씩을 선보였다. 인문계에선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농림부와 환경부의 연구결과, 동강댐 건설에 대한 찬반론을 지문에서 제시한 뒤 선택의 상황에서 판단 기준이 서로 충돌할 때의 해결책을 물었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그림에 대한 견해를 담은 제시문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교해 감상하도록 요구하는 문항도 나왔다.
또 A4용지 4장 분량의 긴 제시문을 300자 이내로 요약할 것을 요구하는 문항도 출제됐다.
자연계열에서는 원, 포물선, 타원, 쌍곡선에 대해 설명한 지문을 제시한 뒤 포물선과 쌍곡선의 성질을 이용해 만든 천문관측용 반사망원경에서 반사성질이 성립하는 이유를 물었다.
사람 귀의 특성에 관한 설명과 해부도, 소리를 감지하는 방식 등을 근거로 코끼리가 인간보다 낮은 주파수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를 묻는 문항도 출제됐다.
서울대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은 “교과서에 있는 지문과 주제를 중심으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단순 지식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항이 아니라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을 묻는 문항들이기 때문에 본고사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반응=교과서 중심의 통합교과형 논술문항에 대해 일선 고교 교사들은 “다양한 사고력을 필요로 하고 문제 수준도 괜찮다”고 평가했다.
서울 중동고 안광복 논술담당 교사는 “서울대의 ‘통합교과논술’은 어떤 교과건 공통적으로 쓰이는 논리 및 추리 과정을 설명하는 능력 측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며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있어 낯설 수 있지만 난이도 자체는 크게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과학고 박완규 물리 교사는 “다양한 과목이 통합된 통합교과형 문제여서 선택과목 중 본인이 듣지 않는 과목과 관련된 문제가 나올 경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자료를 빨리 해석하고 조합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을 기르려면 과학 교양서적 등을 많이 읽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유웨이중앙교육 강신창 논술팀장은 “자연계 문항들은 수학 과학 교과 관련 통합문항이 나왔는데, 문제 풀이가 아니라 수학적 과학적 개념에 대한 이해와 논리적 전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청솔학원평가연구소 오종운 소장은 “서울대에 지원할 만한 상위권 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개별 교과의 지식 이해에 그치지 말고 여러 과목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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