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민사2단독 이종광 판사는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외삼촌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넘겼던 박모(54) 씨가 “명의신탁한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 달라”며 외삼촌 정모(64)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9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 판사는 “불법적인 의도로 소유권을 이전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명의 회복을 요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는 강제집행이나 세금 등을 피하기 위해 명의신탁을 한 사람이 그 재산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인정해 왔다. 그러한 목적의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제법에 어긋난 계약이어서 애초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불법적인 명의신탁에 따른 형사 처벌과 벌금 등을 감수하면서 중요한 부동산을 빼돌리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이 판사는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대법원은 명의신탁의 유효성에만 집착해 신탁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타인의 이름으로 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세금을 포탈한 뒤 그 돈으로 투기를 하다가 빚을 지면 재산을 타인 명의로 빼돌려 채권자가 아무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은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수천억 원의 형사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어 추징금을 납부하지 못한다는데 그의 자식들은 수억 원의 부동산을 갖고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우리의 사법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불법 목적의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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