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자료에는 공동선언문의 1, 2항에서 주요 용어를 괄호로 비워 놓고 학생들에게 채워 넣도록 하는 것도 있었다. 예컨대 ‘( )끼리’, ‘남측의 ( )’와 ‘북측의 ( )’로 해 놓고 순서대로 ‘우리 민족’ ‘연합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써 넣게 했다. 공동선언문의 키워드들이지만 국민의 동의를 얻지 않아 논란이 있다는 설명은 하지 않았다. 교사 자신이 연합제와 연방제의 허구성, 실현 가능성을 깊이 생각해 보았는지도 궁금했다.
교사는 남북이 지향하는 통일 방안에 대해 “유럽연합(EU)보다는 한 단계 높고 미국의 연방제보다는 한 단계 낮은 것”이라고 했다. 또 이산가족 상봉, 비전향장기수 송환, 교류 협력 확대 등을 ‘6·15가 만들어 낸 기적’으로 꼽았다. 지나친 단순화에 일방적 미화였다.
한 학생이 “개성공단 1호 기업인 리빙아트의 냄비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발표했을 때도 교사는 부도(不渡)난 이 회사에 국민 혈세(남북협력기금)가 지원됐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교사는 “경의선을 타고 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여행 가면 환상적이지 않겠느냐”고 유도성 질문을 하면서도 북측의 느닷없는 거부로 철도 시범운행이 무산된 사실은 꺼내지 않았다.
이날 수업은 ‘북한과 남측의 일부 세력’이 외치는 ‘친북(親北) 반(反)외세’ 교육에 지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며 세계적 경쟁과 협력 속에서 살아야 할 2세들에게 이런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죄가 안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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