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온 난민들은
난민이라고 하면 흔히 베트남 ‘보트피플’이나 아프리카 내전을 피해 고향을 등진 피란민 행렬, 난민 캠프를 떠올린다.
그러나 한국에도 900명에 가까운 난민이 희망의 불꽃을 간직하며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7년째 법정 다툼=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온 버지니아(34) 씨. 버지니아 씨는 내전이 한창이던 2000년 강간과 집단 총살의 위험을 피해 늙은 어머니에게 떠밀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버지니아 씨는 한국 도착 직후 난민 신청을 했지만 한국 정부는 3년이 지나서야 그에게 난민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통상 난민 적격 여부를 심사하는 데만 3년이 걸린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는 법원에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내기 위해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1년여 만에 가까스로 한 공익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바로 항소했지만 아직도 법정 싸움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버지니아 씨는 국내 거주 콩고인 모임에서 만난 남편과 결혼해 네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가 됐다.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한 버지니아 씨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의료 서비스. 임신에서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병원 문턱을 드나들 일이 많았지만 의사소통과 비싼 의료비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외국인 환자를 잘 받지 않는 한국 병원 때문에 속을 태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버지니아 씨는 아들이 한국의 초등학교에 입학해 정규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신분인 그는 아들 교육은커녕 언제 쫓겨날지도 모르는 처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