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대 논술고사 예상답안 (인문계)

  • 입력 2006년 6월 20일 03시 01분


■ 문항1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서 학생이 회사의 사장 혹은 국방부의 정책 결정자라고 했을 때, 진행 중인 사업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시오.

(가)의 모 전자회사는 2년간 총 6억 원의 비용을 들여 15년간 총 13억5000만 원에서 18억 원 사이의 수익을 예상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2억 원의 비용을 지출한 1년 후의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환경 관련 비용이 1억 원 추가되고, 예상 수익도 10년간 총 4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사업 전망이 수정됐다. 이 경우 사업을 계속하게 되면 총 7억 원의 비용을 들여 4억 원의 수익을 얻는 셈이 되고,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이미 지출한 매몰비용 2억 원만 포기하면 된다.

결국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상 모 전자회사는 제품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즉, 회수할 수 없는 성격의 매몰비용 2억 원 때문에 사업을 계속하게 되면 1억 원의 더 큰 손실을 입게 되므로 비합리적 선택이 되는 것이다.

▶2008 서울대 논술고사 인문계열 예시답안

<논제 3> 제시문 (가)∼(라)가 보여 주는 선택의 상황에는 여러 가지의 판단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각각의 판단 기준이 서로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할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효율성에 따라 판단되어질 성질의 사례이다. 반면, (다)와 (라)의 경우는 개발이냐 환경이냐 하는 상이한 판단 기준에 따른 쟁점이다. 개발 우선의 논리가 효율성을 지향하고, 환경 보전의 주장이 형평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라면 위의 제시문 전체에 관통하는 판단 기준은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대립적 시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이한 판단 기준과 시각이 집단 혹은 사회 구성원 간의 쟁점이 되어 갈등을 일으킬 경우, 그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상호 존중과 그에 바탕한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상호 신뢰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갈등은 분열을 초래해 사회 전체적인 손실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신뢰를 바탕으로 쟁점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판단의 문제와 가치 판단의 문제가 분명히 구분되고, 각각의 문제의 성격에 걸맞은 검토와 검증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자유로운 결정과 일단 결정된 사항에 대한 존중의 결의가 필요하다.

한 예로 교실의 자리 배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까지 교실에 일찍 도착한 순서대로 자리를 골라 앉고 있었는데, 몇몇 학생이 키가 작거나 눈이 나쁜 학생을 배려하자는 주장을 제기해 논쟁이 발생했다고 하자.

이런 두 주장이 쟁점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선 반 학생들 간의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토론 과정에서 사실 문제가 분명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일찍 도착한다’, ‘키가 작다’, ‘눈이 나쁘다’ 등에 대한 분명한 기준과 객관적 판단이 내려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각각의 주장이 우선시하는 가치를 분명히 하고 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자의 주장이 효율성이나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주장이라면 후자는 형평성이나 평등을 중시하는 견해다. 두 가치는 일견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상호 조화가 가능한 여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두 가치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학급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반드시 앞에 앉아야 할 학생들은 앞자리에서 일찍 온 순서대로 자리를 선택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뒤쪽 자리에서 선택을 하는 방식이 제안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 제안에 대한 의사 결정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결정이 된 후에는 자발적으로 결정 사항을 충실히 실천해야 할 것이다.

■ 문항2

<논제 2> 다음 두 산수화(그림1, 2)는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와, 정선(鄭敾)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이다. 논제 1의 논의를 바탕으로 두 그림을 비교 감상하시오.

그림은 대상의 외양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내재한 이치를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눈보다 마음으로 보고 사물의 외양보다 본질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옛 사람의 그림에 그려진 산수 자연은 대체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 자연이 아니라 그들이 꿈꾼 이상 세계인 경우가 많다. 또 실재하는 산수도 그들의 관념 속에서 가공되어 자신의 정신 세계와 창작 의도를 반영하여 재창조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그림 1의 <몽유도원도>와 그림 2의 <인왕제색도>는 여러 면에서 뚜렷이 대비되는 작품이다.

그림 1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신의 꿈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그림 속의 공간은 현실에 실재하는 곳이 아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비롯된 무릉도원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때묻은 현실에서 벗어나 살고자 한 이상향이었으며,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도원 역시 그림을 그리게 한 안평대군이 가고자 한 이상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곧 그림 1은 대상 자체보다 관념을 중시한 옛 사람들의 창작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둔 대군의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고, 조선 전기의 실질보다 관념이 우위에 있었던 시대 의식과도 전혀 무관한 것도 아니다.

그림 2는 서울 인왕산에 비가 온 후 산 안개가 걷히는 장면을 사실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로 알려진 화가다. 실학 정신이 예술에 반영돼 대상의 모습을 그리되 우리의 관념 속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공간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자각이 일고 나서 본격화된 화풍이 바로 진경산수화풍인데 그림 2는 그런 시대 경향을 잘 반영한 것이다. 이 그림은 인왕산 주봉이 우뚝 솟아 보는 이를 압도하는 느낌이 들고, 솟구치고 쏟아내리고 유동하는 기세와 우측 하단의 유난히 정갈한 기와집이 마치 인왕산 앞에서 웅장한 그 산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나 실제보다 작게 그려진 좌우의 봉우리와 실제와 다른 골짜기의 모습, 생략된 일부의 소재는 이것이 인왕산의 실제 모습과 흡사하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 그림을 보고 다른 산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상의 특징―본질―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지 대상의 외양에만 충실한 것은 아니다. 이 그림은 그림 속의 집주인이라 할 수 있는 그의 친구―사천 이병연―가 안개 속에 피어오르는 산봉우리처럼 오랜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곧 그림이란 단지 대상의 외양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내재한 정신을 그려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 대상을 통하여 그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상의 외양을 사실과 다르게 그려서도 안 되는 것이다.

■ 문항3

<논제> 위 제시문과 지도를 바탕으로 철도가 경부선과 남한강 주변에 살던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을지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서술하시오.

조선시대에 우리나라의 물자는 주로 하천교통을 이용해 수송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후 일제에 의한 경부선의 건설로 인해 기존의 하천교통이 철도교통으로 대부분 흡수되었다.

충청도 일대 경부선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철도가 건설되기 이전에는 주로 상업의 중심지인 금강 수운을 이용해 생활해 왔다. 금강 주변 강경이라는 지역이 수운을 바탕으로 내륙의 농산물과 서해안 일대의 수산물이 만나 교환이 이루어지는 상업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경부선의 건설로 철로 주변의 마을이 상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신흥 교통취락의 도시인 대전, 신탄진, 조치원 등이 발달하게 되었다.

또한 과거 수운과 관련된 지역에서는 수산물이나 곡물 등이 물자의 중심을 이루었지만 철도가 발달하면서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어오는 공산품이나 생필품이 물자의 중심이 되어 시장에서 유통되었다. 이로 인해 수입한 물자를 바탕으로 경공업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하면서 경부선 주변에 경공업 중심의 대도시가 형성되었다.

과거 남한강 지역의 주민들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하는 일에 주로 종사하였으나 경부선 개통 이후 공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특히, 젊은 층의 인구 이동으로 이전과는 달리 부모와 자식의 주거지가 달라져 가족구성원이 대가족제도에서 점점 핵가족화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경부선 개통에 따라 남한강 유역 지역에서 유통되는 물자도 변화가 생겼다. 세곡 중심의 경상도 일대의 운송물자가 감소하고 강원 남부지역의 임산물의 운송 물량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1930년대 이후 일제의 병참기지화 정책은 이 지역의 광물자원 및 지하자원의 수요증가로 이어져 강원 내륙지역에 광산개발이 활발해지고 이 지역에 광범위한 광산촌이 형성되었다.

이런 결과로 남한강 하류 강원 남부의 주민 중 일부분은 강원 내륙의 광산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농업과 상업 위주였던 지역 경제는 광업을 중심으로 하는 광공업 구조로 바뀌게 되었다.

또 경부선 오른편으로 뻗어 나온 기선 철도로 인해 남한강 수운의 운송량은 더욱 감소하였고, 한발 더 나아가 강원 지역의 지하자원 및 임산자원 운송을 위해 철도 노선도 더 연장됐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경부선 개통으로 경부선과 남한강 유역의 주민들은 농림수산업에 주로 종사하다가 광공업에 생업을 두는 주민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도시 또한 경부선이 개통된 철도의 요충지를 중심으로 발달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문항4

<논제 1> 제시문 (가)와 (나)에는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글쓴이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을 비교하여 설명하시오.

제시문 (가)에서는 부정적인 사회 현실과 그 현실에 저항하는 한 지식인의 고독한 고뇌가 담겨 있다. 입신양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학자로서의 현실참여는 당시의 지식인이 가져야 할 의무였으며 실존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현실세계를 펼칠 수 있는 기회마저 완전히 상실한 현실 조건 앞에서 지식인으로서의 무력감을 맛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그가 택한 최후의 선택은 극단적인 죽음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상의 좌절이라는 그래서 절망하고 체념하는 개인적이고 도피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지식인으로서의 신념에 따른 사회를 향한 살신성인의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제시문 (나)에서는 한 개인의 욕망으로 인한 갈등으로서의 고뇌가 엿보인다.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의 인간은 아주 가끔이라도 현실을 벗어난 존재로서의 이상적인 삶을 꿈꾸게 된다. 현실과 이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은 보편적인 인간일 수밖에 없으며,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로는 현실이 주는 안온함의 유혹이 너무 강해서 잠시 꿈꾸던 이상을 접을 수도 있을 것이며, 그 현실의 달콤함보다도 더욱 강한 존재적 삶을 추구하는 선택도 있을 수 있다.

결국 (가)와 (나) 글쓴이 모두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 단 (가)의 화자에게 유학자로서 개인적 이상과 유교적 윤리가 지배하는 사회적 책무가 동일한 상황이라면 (나)의 인물 ‘나’에게는 하인숙과 사랑을 꿈꾸는 개인적 이상과 아내에 대한 ‘결혼’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책무가 대립되는 상황의 차이가 있다.

■ 문항5

<논제 1> 위 제시문을 300자 이내로 요약하시오.

대립적으로 보이는 과학과 종교의 속성은 추구하는 목표나 과정의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유사한 면을 지닌다. 진리 추구와 증거 제시라는 면은 과학과 종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러나 목표나 과정의 측면에서 본다면 과학과 정치가 상반된다. 과학은 지식, 정치는 견해의 제시이기 때문에 과학은 그 본질상 비정치성을 띠게 된다. 따라서 과학의 탐구와 실현은 초윤리적 성격을 가지게 되며, 여러 과학에 대한 오해를 반박하는 자명한 논리는 과학은 그 본질상 지식의 추구와 확장이며 이를 통하여 얻는 기쁨과 자기만족이라는 것이다.

<청솔학원 참여 강사: 홍태운 이은숙 금문륜(언어), 강창선(경제), 강태홍(정치), 이철(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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