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외고들과 학부모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혼란스러워하면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외고 선발지역 제한=교육부는 외고를 지역수요에 부응하는 지역사회 학교로 육성하기 위해 2008학년도부터 학생모집 지역을 시도 내로 한정하기로 했다. 지금은 지역에 상관없이 원하는 외고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08학년도부터는 거주지 시도의 외고에만 지원할 수 있다.
교육부는 외고 수가 너무 많다며 시도교육감에게 설립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광주 울산 강원 충남 등 외고가 없는 시도의 학생들은 외고가 설립될 때까지 인접 시도의 외고에 입학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올해 외고 신입생 중 다른 시도 출신의 비율은 서울 27%, 경기 27.4%, 부산 29.5%로 지역을 벗어나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내 외고들은 교육부가 발표한 외고 관련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내 9개 외고 신입생 중 타 시도 출신 비율은 학교에 따라 최저 4%에서 최고 42%나 된다.
타시도 학생이 30%가량인 경기 안양외고 관계자는 “입학생을 거주지 시도로만 한정할 경우 신입생 모집이 어렵고 학생의 학력 수준도 낮아질 것”이라며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지역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또 2008년부터 외고의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평가를 실시해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학교는 학생 선발을 현행 학군 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행운영을 하지 말라는 경고이지만 ‘외고 죽이기’라는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서울 강남 서초구 등 외고가 없는 지역의 학생들은 아예 외고에 갈 수 없는 것이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 윤모(42·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교육부가 특수목적고나 자사고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공부 잘하는 학교를 못 만들게 하니 자꾸 외국으로 애들을 보내는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교육부는 외고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교과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고, 서울 경기 부산 등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어 어떤 식으로든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서울 한영외고 관계자는 “외고가 입시교과 위주로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한다는 근거를 대라”며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자율권을 주고 문제학교는 단속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교육부는 어문계열 진학률만 놓고 설립 취지 운운한다”며 “글로벌 시대에 언어는 도구인 만큼 이제 외고의 설립 취지도 시대변화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도 제한=교육부는 현행과 같은 방식의 자립형사립고는 확대 여부를 결정할 만큼 확신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시범운영 평가 결과 자사고는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 제고 등 성과는 있었지만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 저소득 자녀에 대한 배려 미흡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공과를 판단하기에는 시범운영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경북 포항제철고, 전남 광양제철고, 부산 해운대고, 전북 상산고, 강원 민족사관고, 울산 현대청운고 등 6개 시범학교는 2010년 2월까지 시범운영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대신 학생모집 지역을 전국이 아니라 해당 시도로 제한하고, 입시위주의 교육을 지양하는 공영형 혁신학교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로 2, 3개 시범학교를 추가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 뉴타운에도 자사고가 설립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합리적인 재정방안 부재, 자사고 학생의 대입 불이익 등에 대한 해결책도 없이 무작정 학교를 운영하란 것이냐”며 “공립형 혁신학교 기준으로 자사고를 만들라는 것은 자사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공영형 혁신학교는…시민단체-대학에 운영권▼
교육부는 기존의 학교로는 교육 혁신에 한계가 있고 외국어고나 자립형사립고는 입시 경쟁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다며 혁신학교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외부 기관이 운영=학교 운영 주체가 국가나 시도교육청이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종교 등 민간단체, 대학, 공모 교장 등 외부기관이다. 사립학교가 혁신학교로 전환할 경우 법인 협약 주체가 되며 이사회에는 인가권자가 추천하는 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
교장이 새로운 교육과정, 교수·학습 방법 등에 대해 교육 당국과 협약을 맺고 4년 간 경영을 맡는다. 학교 운영 주체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차터스쿨, 영국의 아카데미 학교, 스웨덴의 자율학교와 비슷하다.
학교 운영비는 지금 수준으로 국가가 부담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추가 지원하도록 한다. 교육 및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정부가 예산을 추가 지원한다.
▽자율 보장=교육과정, 교원 인사, 예산 운영 등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갖는다. 그러나 교육감 등 인가권자와의 협약과 평가를 통해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인성·창의성 교육을 강화하는 등 책무성도 강조된다.
교육 과정과 교과서의 경우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이외에는 자율이고, 학교 특성에 따라 무(無)학년제 운영도 가능하다.
교장자격증 소지자는 물론 일정 기간 이상의 교유경력자도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될 수 있다. 교장이 원하는 교원을 초빙할 수 있고 실적에 따라 급여 수준도 다르게 할 수 있다. 교원 순환전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점은=그러나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육 수요가 많은 대도시가 아니라 제한된 지역에 생길 가능성이 많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혁신학교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 데다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 직접 운영은 금지하는 등 제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인성 및 특성화 교육을 한다고 해도 입시제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자사고나 외고처럼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미국에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난 차터스쿨을 모방한 공영형 혁신학교를 도입할 경우 평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교사 학생 등 교육 주체를 경영의 대상으로 여기는 등 학교를 기업식으로 운영할 경우 되레 공립교육의 질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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