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사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노동운동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 위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발전방향’이란 제목의 초청강연을 통해 국내 노동운동의 문제점과 원인을 지적하고 새로운 노동운동의 방향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처럼 노동운동의 기조가 투쟁 일변도로 유지되는 것은 1980년대 정치적 민주화를 위해 이념적으로 무장됐던 학생운동권이 노동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며 “한때 유행했던 것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것이거나 고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관계가 적대적이어야 한다는 일부 노동계의 고정관념이 시대 변화에 맞는 노사관계 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시장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개입을 줄이고 노조와 회사가 중심이 돼 현안을 풀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사문화의 획기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자신이 지난해부터 제안해 온 노사발전재단 설립의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다.
노사발전재단은 노동자단체와 경영자단체가 공동으로 재단을 만들어 공동 연구조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적대적 요인을 줄이고, 상생의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이 위원장이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과 KOTRA가 4월에 외자 유치를 위해 협약을 체결한 것도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도 핵심 주체이기 때문에 권리와 동시에 분명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건전한 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는 노사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사용자가 상생의 노사문화 필요성을 주장해 왔지만 자기반성이 결여돼 있었기 때문에 노동계가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노동계가 먼저 진지하게 자기반성으로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눈치 보지 않고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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