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관람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공을 잡으면 여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 씨 친구의 가방 속에는 다음 날 회사에 입고 갈 옷이 준비돼 있었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열기가 더해 가면서 잠을 설치고 낮에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는 건 남성만이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주최국의 국민이 가지는 호기심 수준에 그쳤던 여성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이제 하나의 ‘여성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축구대표팀 선수 몇 명에게만 연예인을 쫓는 팬처럼 행동했지만 이제는 전 세계 축구 선수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박지성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뒤 외국 리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의 페르난도 토레스를 좋아해 축구 카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은(25·여) 씨는 “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실제로 축구를 즐기지만 여성들은 좋아하는 축구 선수를 통해 축구를 접한다”며 “경로는 다르지만 ‘축구’에 대한 여성들의 지식과 관심이 커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축구를 즐기는 여성 생활체육인도 늘어나 2000년 52개 팀 정도였던 여성클럽팀은 올해 150여 개, 4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여성들의 거리응원 열기도 더 뜨거워졌다. 거리응원에 참여하는 여성이 부쩍 늘었을 뿐 아니라 응원 패션도 2002년보다 다양해졌다. 과감한 노출 패션도 눈에 띈다.
‘붉은악마’ 뿔과 두건을 쓰고 서울 신촌에서 응원한 대학원생 손모(25·여) 씨는 “거리응원이 여성들의 패션 코드로 자리 잡았다”며 “여성들은 거리응원에서 평소 하기 힘든 과감한 노출을 맘껏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2년에 비해 ‘여성들의 자기과시 욕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익숙해진 여성들이 창조적인 액세서리와 노출로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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