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일선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발송해 "당분간 도시락을 싸서 보내 주고 여름철 위생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는가 하면 식중독 증세를 보인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점검했다.
그러나 많은 학교가 오전 수업 등 단축 수업을 실시한 22일과는 달리 23일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상 수업을 하고 식중독 증세가 나타난 학생들도 건강이 회복되는 등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학교들도 이번 사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급식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예방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숭의여고는 21일부터 도시락과 물을 싸오고 매점에서도 유효기간이 짧은 빵을 사 먹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매일 보내고 있다.
전교생 1070명 중 130명이 설사와 복통 등 크고 작은 식중독 증세를 보였으나 이중 80명은 완치된 상태라고 학교 관계자가 전했다.
경복여고의 경우 가정통신문을 보내 도시락을 지참해 달라고 주문했으며 단축수업은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문여중은 23일 오전 중독 증세가 나타났던 학생 20여명의 건강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상태가 호전됐고 일부 학생이 가벼운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수업 도중 밖에 나갈 수 없으므로 전원 도시락을 싸서 보내달라"고 학부모에 요청했다.
세종고 역시 조사결과 22일 식중독 증세를 보였던 29명 중 건강이 회복된 학생들이 많으며 새로운 증세를 보이는 학생은 없었다고 학교 관계자가 전했다.
덕수중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23일 오전 수업만을 실시한 뒤 오후 1시에 학생들을 귀가시키기로 했으며 다음주부터는 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한 뒤 정상 수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행히 사고를 겪지 않은 학교들도 위생 점검을 벌이는 등 나름대로 예방책을 마련하느라 긴장된 하루를 보냈다.
중동고는 23일 오전 식당 위생상태를 조사하고 위탁업체 영양사와 협의해 앞으로도 철저한 위생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식중독이 발생하지 않은 일부 학교에서도 여름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메뉴를 긴급히 다른 재료나 음식물로 바꾸도록 조치했다.
경기도내 급식 중단 학교들도 단축수업과 도시락 지참 등의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은 22일 CJ푸드시스템으로부터 급식을 받던 용인 홍천고교에서 식중독 유사 사고가 발생하자 이 학교를 비롯, 같은 회사로부터 급식을 제공받는 안양 근명여중 및 근명여자정보고, 안산 강서고, 용인용인외고 등 도내 5개 학교에 대해 급식중지를 지시했다.
이와 함께 CJ푸드시스템과 관계없이 자체 급식 및 타 업체 급식 과정에서 식중독 유사 사고가 발생한 다른 2개 학교에 대해서도 역시 급식을 중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57명의 학생이 복통과 설사 등 식중독 유사 증세를 보인 용인 홍천고는 이날 347명 전교생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이날부터 방과 후 자율학습을 도시락 2개를 지참한 희망 학생에 한해 실시하기로 했으며 집에서 도시락 준비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외부 업체의 도시락을 임시 공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학교는 또 이번 사고의 조사과정을 지켜본 뒤 급식업체 변경 등 사후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역시 CJ푸드시스템이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안양 근명여자정보고와 근명여자중학교도 도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 단체급식을 중단한 가운데 이날 오전 수업만 실시하기로 했다.
학교측은 이날 각 가정에 통신문을 보내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급식이 정상화될 때까지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할 계획이다.
안산 강서고도 22일 저녁부터 급식을 중단한 가운데 이날 1800여명 전교생에게 도시락을 갖고 오도록 했고 이날부터 방과후 자율학습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전시에서도 5개 학교가 23일 단축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하는 등 응급조치에 나섰다.
문제가 된 CJ푸드시스템이 직영하는 서대전고는 다른 급식업체에 의뢰해 이날 하루만 위탁급식을 하기로 했으며, 다음주부터는 학생들이 도시락을 갖고 오도록 했다.
또 대전이문고와 신탄진중, 우송중·고등학교는 이날 오전 단축수업에 들어갔으며, 우송중고는 다음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오전에 시험을 치른 뒤 귀가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22일 오후 CJ푸드시스템이 급식하는 대전시내 5개 학교에 대해 급식중지 명령을 내린 대전시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고 설사나 배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또 이들 학교에 위생점검반을 보내 항목별 위생점검과 불시 음식재료 검수에 들어갔다.
대전시교육청은 "현재까지 대전에서는 배탈과 설사 등 식중독 의심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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