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시스템에서 음식이나 식자재를 공급 받는 77개 병원의 환자들은 이 같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상 최대 학교급식 사고의 여파가 병원과 기업체, 관공서 등으로 확산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은 2000병상 가운데 직영식당이 1000병상, CJ푸드 측이 1000병상의 식사를 제공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식중독 사고가 터지자 CJ 측으로부터 병원식을 계속 공급 받되 육류와 어류, 야채의 경우 CJ 측이 아닌 직영식당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CJ 측의 식재료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판명 날 경우 위탁업체를 교체할 예정이다.
CJ 측에서 병원식을 납품 받았던 의정부의료원 역시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검사결과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대체 급식 방안을 마련 중이다.
CJ 측은 직접 병원식을 공급하지 않고 식자재만을 납품하는 병원에 다른 업체로부터 식자재를 공급 받도록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이 갑자기 공급처를 바꿀 수 없어 공급을 요청하면 검사과정을 거쳐 식자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급식을 하는 기업체들 역시 위생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울산 북구 효문동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A사는 “갑자기 급식 중단 통보를 받고 다른 급식업체를 물색했지만 아직 찾지 못했다”며 “일단 24일 점심과 저녁에는 빵과 음료수를 제공했으며 회사 인근 식당에서 사 먹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A사는 또 “마땅한 대체 급식 수단이 없으면 CJ 측에 철저한 위생 점검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의 S사는 “아직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각 광역자치단체 보건 당국은 CJ 측에서 급식을 제공 받는 기업과 관공서에 대해 식중독 예방을 위해 자체 점검을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급식중지 학교에선…도시락 싸들고 찾아온 학부모 줄지어▼
집단 식중독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된 23일 서울 중앙여중 2학년 정미라(가명) 양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학생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정 양에겐 도시락을 싸줄 사람이 없었다.
한 끼 점심 식사비로 2400원씩 지원 받는 저소득층인 정 양은 이날 담임교사가 사준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정 양은 방학이 시작되는 다음 달 20일까지 점심 식사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전에도 급식에서 이물질 발견”=급식 중단 첫날부터 굶는 학생이 속출했다. 중앙여중은 전교생 556명 가운데 92명이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 학교 중식 지원 대상자는 43명. 이들은 학교 매점에서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거나 친구들의 도시락을 나눠 먹어야 했다.
2학년생 김선영(14) 양은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바빠 미처 도시락을 싸주시지 못했다”고 말했다.
식중독에 걸린 학생들은 속이 좋지 않아 점심 식사를 건너뛰어야 했다. 중앙여중에서는 이날까지 48명이 설사 증세를 보였다.
3학년생 김다솜(15) 양은 “이전에도 급식에서 머리카락과 마요네즈통 뚜껑이 나오는 등 위생 상태가 좋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부모 행렬…야간 자율학습 중단=점심 외출과 음식 배달을 암묵적으로 허용한 학교에서는 배달 오토바이 수십 대가 한꺼번에 학교를 찾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서울 경신고에서는 한 학급 학생 전원이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기도 했다.
3학년생 박모(17) 군은 “한 반에 5명 정도만 도시락을 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일부 지역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자녀의 학교로 찾아가느라 학교 주변 도로에선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낮 12시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문여고 앞은 고급 승용차로 빼곡했다.
이 학교 경비실에는 ‘3학년 ○○○’, ‘1학년 ○○○’이라고 적힌 도시락 20여 개가 맡겨져 있었다.
이 학교 3학년생 김모(17) 양은 “학교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 받을 수 없어 야간 자율학습을 중단했다”며 “입시에 열중해야 하는 시기에 엉뚱한 일이 터져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서울 숙명여대에선 급식이 중단된 줄 모르고 구내식당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양푼비빔밥도 등장=대전 우송고에서는 양푼비빔밥을 만들어 먹은 학급도 있었다. 학생들은 책상을 모아 대형 탁자를 만들고 각자 싸온 도시락과 따로 마련한 채소 등을 한 양푼에 넣어 비볐다.
이 학급 이성한 담임교사는 “급식이 중단돼 학생들이 밖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면 고생할 것 같아서 양푼비빔밥을 만들어 먹자고 제안했다”며 “급식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도시락 반찬을 나눠 먹는 기회가 없어 어찌 보면 이 일이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학교급식 담당 사무관에게 집단 급식 사고에 대한 문책으로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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