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투혼을 불사른 태극전사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내면서 24일의 '한 여름밤의 꿈' 같았던 흥분을 가라 앉히고 25일부터는 각자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가고 있다.
일부는 예상보다 일찍 끝난 축제에 '이젠 무슨 낙으로 사느냐'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2002년에 이어 '대~한민국'을 외치며 모두가 일치단결하던 경험이 일상 생활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으로 믿는 모습이었다.
동국대 대학원생 황재은(30·여) 씨는 "4년 만에 느껴보는 월드컵 열기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버려 아쉽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추억"이라며 "밤새 경기를 보느라 미뤄뒀던 일들도 많은데 이번 휴일을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과 등교시간을 조정하는 등 세계적인 축제에 동참했던 기업과 학교들도 이번 주부터는 평소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유모(30)씨는 "밤새고 축구를 보고 출근하면 피곤해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며 "이제는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그동안 못 했던 회사 업무에 더욱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 응원을 나가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밤을 새며 TV에 시선을 고정했던 주부 이모(54) 씨는 "가족들과 함께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니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느끼면서 즐거운 경험이 됐다"며 "월드컵의 기억은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특수를 쏠쏠하게 누렸던 호텔, 사우나, 찜질방, 야식업체, 응원도구 판매점 등도 정상 영업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 광장 인근의 한 찜질방은 "이젠 거리 응원을 위한 손님들의 예약 문의는 끊어졌고 입장객의 숫자가 월드컵 전과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시청역 인근 의류매장도 "이제 빨간 티셔츠와 야광뿔 등 응원에 필요한 상품들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겨 재고처리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 축제 분위기가 잦아들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한미 FTA, 평택 대추리 문제, 북한 미사일 위협, 학교 급식 사고 등 사회 현안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제들이 월드컵 16강 진출이란 국민적 염원이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묻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형석(37) 씨는 "우리는 그동안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다른 현안들은 잊고 있었던 것 같다"며 "월드컵보다 더 오랫동안 근본적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고민하면서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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