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비 세계 2위…1위는 모스크바

"당연하죠. 서울에 기자 한명을 두는 것보다 미국의 대도시 시카고 같은 곳에 한 명을 배치하는 게 훨씬 싼데요…." 한 서방 언론사 관계자는 최근 외신들이 서울 지국 개설에 소극적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사 결과도 그렇다. 국제적 컨설팅업체인 머서 휴먼 리소스 컨설팅(MHRC)이 2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44개 도시의 주택, 교통, 음식 등 200여개 항목의 비용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2위였다. 서방 언론사 관계자가 예로 든 시카고는 38위.

모스크바(지난 해 4위)가 지난 해 1위였던 도쿄(東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서울은 작년 5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도쿄는 3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뉴질랜드 출신인 벤자민 알렉산더 우리금융자산운영사 부사장은 2주 전 한국에 입국 했다. 현재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주거 문제. 집을 구하러 다니고 있는 그는 시드니, 런던, 도쿄 등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지만 요즘 서울의 높은 집값에 놀라고 있다.

알렉산더 부사장은 "물론 런던의 교통비가 더 비싸고 도쿄 집값 또한 만만찮다"면서도 "그러나 서울에서 원하는 자연환경과 평수의 집을 (금액 한도) 내에서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일본유학원을 운영중인 김현지 씨는 "서울 물가는 지난 10년간 3~4배가 뛰어올랐지만 일본 물가는 같은 기간 큰 변동이 없는 것 같다"며 자기가 직접 경험한 서울과 도쿄 생활을 비교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100엔 숍'을 비롯해 300엔 이하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곳들이 많이 있어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지만 서울에 온 일본인 유학생들의 경우 비싼 생활비에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MHRC 보고서는 도쿄가 3위로 밀려난 이유를 엔화 약세에서 찾았다. 올해 물가 순위 역시 전반적인 환율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모스크바가 1위에 오른 것은 무엇보다 최근 부동산 붐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물가 상위 10위권 도시

1위 모스크바

2위 서울

3위 도쿄

4위 홍콩

5위 런던

6위 오사카

7위 제네바

8위 코펜하겐

9위 취리히

10위(공동) 오슬로, 뉴욕

(자료제공:MHRC)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