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이른 아침에 등교해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은 물론이고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는 등 체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다. 특히 내신과 대학별 고사의 강화로 인해 하루하루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학교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도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급식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1000명 가까운 재학생의 점심과 저녁 식사는 물론이고 기숙사생들의 아침 식사까지 제공하고 있다. 교직원을 포함해 하루 2300여 명분의 식사를 준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급식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학교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희석시킬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도시락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위탁업체에 급식을 맡겼으나,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 재료나 조리 과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 아이들 급식을 책임지기로 하자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섰다. 위탁 업체와 비교하여 가격도 높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학교 측의 급식 프로그램을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지닌 영양사를 채용하여 식단을 맡겼고 현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조리원들은 학부모들의 지원을 받아 선발했다.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급식을 먹는 학생들도 만족했다.
이번에 발생한 급식 사고는 급식을 외부에 위탁한 학교에서 발생했다. 어찌됐든 이익을 내야 하는 급식업체로서는 값싼 재료를 사용하거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하여 인력 사용을 자제하고 품질검사 과정을 그만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공립이 대부분인 초등학교는 대부분이 직영 급식이지만 상대적으로 사립이 많은 중고교는 위탁 급식이 많다. 직영 급식은 학교 자체적으로 영양사와 조리사를 고용해야 하고 특히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 학교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학교가 위탁업체에 급식을 맡기는 형편이다.
학급 급식 문제만큼은 비용이나 절차의 문제를 너무 따져서는 안 된다.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정책적인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교육인적자원부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률은 직영보다 위탁이 세 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학교도 대부분 외부 급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예산 지원을 통해 이들 학교에 대한 급식 직영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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