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대사관 스텐슨씨 “조국이 둘… 우린 축복받았어요”

  • 입력 2006년 7월 1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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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모인 해외입양인과 가족들이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세계 한인입양인가족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300여 명이 참석한 이 대회는 지난해까진 미국에서 열렸지만 모국을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홍진환  기자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모인 해외입양인과 가족들이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세계 한인입양인가족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300여 명이 참석한 이 대회는 지난해까진 미국에서 열렸지만 모국을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홍진환 기자
“낳아준 한국과 길러준 미국, 내가 사랑하는 모국은 둘입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 공보실에서 일하는 마이크 스텐슨(33·사진) 씨는 한국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혼한 아버지는 약혼녀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 당시 7세였던 스텐슨 씨를 현지 입양기관에 맡겼다. 그는 임시 가정에서 1년 동안 생활한 뒤 워싱턴 주 애넘클로 타운으로 입양됐다.

그를 입양한 스텐슨 가족은 구성원 총 13명 가운데 9명이 입양 자녀인 대가족. 한국 출신 입양아가 그를 포함해 3명이었고 인도 출신도 3명이나 됐다.

스텐슨 씨는 “주민의 97%가 백인인 마을에서 놀림을 받을 때마다 형제들끼리 위로하며 극복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립대에서 관리정보시스템을 공부하던 그는 한국 유학생들과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끌리게 됐다. 한국 교회를 다녔고 한국어도 배웠다. 친어머니를 찾은 것도 그의 사연을 들은 한 유학생이 발 벗고 나선 덕분이었다.

스텐슨 씨는 1997년 8월 친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어머니의 나라를 사랑하게 됐다”며 “그때 처음 먹은 떡볶이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리던 친어머니는 헤어질 때 두 가지를 당부했다. 양부모를 친부모처럼 존경하고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을 졸업하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양국을 오가며 일하다 2005년 1월 미 대사관에 채용됐다. 스텐슨 씨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두 모국을 위해 일하는 영광을 누리는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30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개막된 제8회 세계 한인입양인가족대회 이틀째 만찬의 기조연설자로 초청받았다.

이 대회는 300여 명의 해외입양 가족이 모이는 행사로 7회까지는 미국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모국인 한국을 알려주기 위해 서울에서 열렸다.

스텐슨 씨는 “내 이야기가 입양인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일주일 동안 연설을 준비했다”며 “한국인도 입양인에게 더 열린 마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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