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낮 12시10분 서울시 산하기관 구내식당에서 공무원 김모 씨가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외근 나갔다가 피곤해서 차에서 눈을 붙였는데, 아르바이트 학생이 깨워서 겨우 일어났어, 아직 피곤이 다 안 풀리네.”
“아니 이사람 큰일 나겠네, 학생들이 그런 거 다 보고 있다가 인터넷에 올리는 거 몰라. 몸조심 해야지”
“에이 설마,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어떻게 일을 해”
“요즘 얼마나 무서운 세상인데, 설마가 사람 잡는 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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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대구시 산하기관 홍보실에 근무하는 정모 씨는 회사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친구 결혼식 사진을 컴퓨터로 정리하고 있었다. 지나가다 이 모습을 본 아르바이트 학생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국민 세금 거둬서 산 수백만 원짜리 비싼 카메라로 친구들 사진이나 찍어 주다니…”
정 씨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곧바로 사진 작업을 중단했다.
일선 공무원들이 방학 기간 모집한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공익근무요원들이 소속 기관 직원들에 대한 고발성 글을 인터넷에 잇달아 올리면서, 대학생들도 언제든지 내부고발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
지난해 경기도의 한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공익요원이 공무원들의 ‘시간외 근무수당’ 부당청구 등 편법ㆍ불법 사례들을 인터넷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또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평균연봉 4400만원인 지하철공사 직원은 역사에서 1명이 일할 때 5명 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 씨는 동료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서야 ‘아차, 실수 했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뻔쩍 들었다.
정 씨 역시 “아르바이트 학생을 볼 때마다 어디 인터넷에다가도 비판성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상사도 카메라 사용에 별 말을 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부탁도 하곤 하는데, 아르바이트 학생의 말 한마디가 이렇게 신경 쓰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서울시 모 구청에서 근무하는 대학생 이세중 씨는 “공무원들이 학생들 눈치를 보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우리가 공무원 감시하는 사람도 아니고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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