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류조사가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도록 해양조사선 ‘해양2000호’(2500t급)를 철통같이 호위하겠습니다.” 1일 오전 10시 20분경 독도에서 동남쪽으로 약 4마일(해상 1마일은 약 1.852km) 해역. 해양경찰청 소속 5000t급 경비함인 삼봉호에 갑자기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오전 일본 돗토리(鳥取) 현 사카이미나토(境港)를 출발해 독도에서 동쪽 16마일 해역에 머물던 해상보안청 소속 500t급 순시선 1척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 해경 종합상황실은 긴급 명령을 내렸다. “동해 모든 경비함은 방어 태세를 점검한 뒤 순시선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라.”》
순시선은 일본 영해에 있었지만 정석준(54·경정) 삼봉호 함장은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했을 때에 대비한 가상 대응훈련을 위해서다.
“일본 순시선 출현. 모든 대원은 비상 상황에 따른 각자 위치에서 대기하라.”
정 함장의 명령에 따라 헬기에 조종사가 탑승했다. 대원들은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뒤 경비함 곳곳에 배치되는 등 5분여 만에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20여 분 뒤 정 함장이 “상황 종료”를 통보하자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무장을 해제하고 평소 근무위치로 돌아갔다.
김성민(31) 경장은 “일본 순시선이 실제로 활동하는 데 따라 하루 두 차례 이상 가상 대응훈련을 한다”며 “직원 모두 동해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순시선이 EEZ을 넘지 못하도록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독도를 경비하는 삼봉호는 요즘 24시간 비상근무 중이다.
정부가 3∼17일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해양2000호를 독도 부근 수역에 보내 해류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일본이 순시선을 보내 중단을 요구하고, 해류조사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혀 4월에 빚어진 한일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해경은 순시선의 EEZ 침범을 막기 위해 지난달 독도 부근 해상에서 ‘일본 순시선 저지 및 독도방어훈련’을 실시했다.
경비함 10여 척과 초계기인 챌린저호, 헬기를 투입했다. 5일에도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
해경은 3일 부산항에서 출발할 예정인 해양2000호가 독도 해류조사를 정상적으로 끝낼 때까지 호위하기로 했다.
독도 부근에 해양2000호가 다가가면 경비함을 증강하고, 초계기와 헬기를 모두 동원해 밀착 경비한다.
삼봉호와 함께 동해를 경비하는 한강8호 김근식(51·경감) 함장은 “우리 해역에서의 정당한 해류조사를 문제 삼는 일본의 주장은 억지”라며 “충분한 훈련을 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5월 일본과 EEZ 경계선 협상을 벌여 독도∼오키(隱岐) 섬의 중간선을 제시했다. 반면 일본은 독도∼울릉도 중간선을 주장해 양국은 9월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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