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 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이 요즘 한창 진행 중이다. 세계의 경제 질서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로 통합되는 세계화는 시대의 흐름이고, 특히 무한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한미 FTA를 추진한다고 우리 정부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FTA 체결 노력은 세계화시대의 무한경쟁에 대한 대응으로 블록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즉 역내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을 보장하지만 역외에 대해서는 보호무역을 실시하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칠레 및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하였고, 미국 이외에도 멕시코, 캐나다, 일본,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경제→국제경제, 무역]
세계경제포럼 & 세계사회포럼
세계화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국가 간의 교역은 무역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은 성장과 효율을 강조한다. 반면 반세계화 진영에서는 세계화가 국가와 계층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하는데 이들에게는 분배와 형평이 중요하다. 세계화와 관련해 매년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 세계 각국의 정계·관계·재계의 수뇌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극비의 수뇌회담이 열리는 등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반면 세계사회포럼은 반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전 세계 사회운동가들의 모임이다. 세계사회포럼은 세계화를 부의 집중, 빈곤의 세계화, 지구의 파괴를 앞당기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회문화→계층론, 계급론, 종속이론, 근대화론]
문화시장 개방 논란
한미 FTA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가 스크린쿼터 문제를 포함한 문화 시장의 개방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문화가 과연 시장에 맡길 상품이냐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2001년 채택한 세계 문화다양성 선언에서 문화다양성의 수호가 인류의 윤리적 의무이며 인간 존엄을 존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는 생활용품이나 소비상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며 각국 정부는 자신의 실정에 맞는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다양성이 깨지면 문화는 획일화되고 황폐화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문화산업이 한류열풍으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대자본에 의해 생산되는 선진국들의 문화 상품과 비교하면 아직도 유치산업에 불과한 분야가 많다. 영화산업분야가 충분한 수입대항력과 수출경쟁력을 가졌는지, 스크린쿼터를 고집할 때 국제교류에 있어서 기회비용은 얼마나 큰지 실증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스크린쿼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문화가 환경에 대한 적응 메커니즘이며 생존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에서 문화의 다양성과 생명력을 지키기 위해 스크린쿼터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에서 영화산업 개방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수용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할 수도 있다.
[사회문화→문화사대주의, 문화상대주의]
총력외교의 길
이와 같이 우리 문화의 미래, 나아가 우리 민족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한미 FTA 협상에 있어서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닌다는 지적이 있다. 외교전문가의 부재와 협상력의 빈곤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전쟁과 같은 무력충돌이 아닌 평화적인 방식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미국과의 1차 협상 결과가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현대의 외교는 총력외교의 양상을 띠고 있다. 외교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역량이 투입되는 양상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FTA 협상과 관련된 다양한 개인과 다양한 단체의 정치적 의사표시 행위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영화인들의 1인 시위를 통해서도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고, 이익집단이나 비정부기구(NGO)의 집단 시위도 경우에 따라서는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국제정치, 외교]
최 강 최강학원장·통합교과논술 강사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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