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언라이 한마디 말이 安의사 숭모 불지폈다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저우언라이 전 총리
저우언라이 전 총리
40여 년 전 당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안중근 의사를 평가하며 남긴 이 한마디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 시에서 안 의사를 부활시켰다.

이 말은 저우 총리가 1963년 6월 28일 중국을 방문한 북한의 조선과학원 대표단 20여 명을 만난 자리에서 한 것이다. 당시 발언 내용은 ‘중조(중국과 조선) 역사 관계에 대한 담화’에 들어 있다.

저우 총리는 젊은 시절부터 안 의사를 숭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우 총리는 대학시절 부인 덩잉차오(鄧穎超)와 함께 안 의사를 기리는 연극을 하기도 했다.

하얼빈 시는 2002년 중국의 중앙정부가 동북진흥 전략을 채택한 이후 외국의 투자 유치를 위해 갖은 노력을 벌여 왔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가장 중점적인 공략 대상국. ‘한국주간’처럼 특정 국가의 이름을 내걸고 행사를 벌이는 대상도 한국이 유일하다.

그런데 한국인 투자 유치 과정에서 하얼빈 시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게 바로 안 의사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인 상사원이나 투자자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안 의사 기념물 설치를 요청하자 하얼빈 시는 중앙정부에 “투자 유치를 위해 기념물 설치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다. 그러나 끝내 비준이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초엔 중앙정부의 허가도 받지 않고 시 중심가에 설치했던 안 의사의 동상을 10일 만에 다시 철거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준 게 바로 ‘인민의 총리’로 불리는 저우 총리였다.

하얼빈 시는 저우 총리의 발언을 기초로 “안 의사는 단지 한국인만이 숭배하는 민족영웅이 아니라 저우 총리까지도 높이 평가한 인물로 안 의사의 동상을 단순히 ‘외국인의 동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논리를 새로 개발했다.

결국 중앙정부의 비준이 떨어졌으며 ‘제2회 중국 하얼빈 한국주간’ 행사를 앞두고 기념관과 전시실, 거사 장소 표지판 공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하얼빈의 기념관과 전시실엔 저우 총리의 사진과 함께 발언록이 크게 전시돼 있다.

하얼빈=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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