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고등학교 1학년인 A(17) 양과 초등학교 6학년인 B(13) 양 자매만 작은방에서 자고 있었다.
남자는 부엌에서 흉기를 집어 들었다. 작은 방으로 들어간 그는 B 양의 손을 스타킹으로 묶은 뒤 A 양을 안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 했다.
유치원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공인 2품(2단·만 15세 미만에게는 단 대신 품을 부여)인 B 양은 침착하게 스타킹을 푼 뒤 작은방에 있던 이젤(그림을 그릴 때 캔버스나 화판을 안정시키는 받침대)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안방에 들어갔다.
놀란 남자가 허겁지겁 달아나자 B 양은 집 밖까지 쫓아 나갔다. B 양은 범인이 도망가는 방향을 지켜봤다가 지나가는 사람의 휴대전화를 빌려 재빨리 경찰에 신고했다.
남자는 B 양 집에 놓고 간 가방 안의 명함 때문에 인적사항이 알려져 경찰에 붙잡힌 뒤 “술에 취해 실수했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B 양은 “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권 소녀’의 기지로 붙잡힌 남자는 유명 법률사무소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강모(35) 씨로 밝혀졌으며 서울 마포경찰서는 강 씨에 대해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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