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범행 동기는 모두 사귀던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피의자 박모(45) 씨는 2002년 12월 7일 밤 충남 논산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노래방 도우미 출신의 내연녀 강모(39) 씨와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서 강 씨는 박 씨에게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 원을 내게 생겼으니 일을 못하게 된 것까지 감안해서 1000만 원만 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중국음식점 배달원으로 일하던 박 씨에게 1000만 원은 엄두도 내지 못할 돈. 박 씨가 이를 거절하자 강 씨는 "발톱에 때만큼도 안 되는 거지같은 놈"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격분한 박 씨는 강 씨를 때리고 스카프로 목을 졸라 죽였다. 그는 교통사고로 위장하기 위해 강 씨의 승용차를 운전해 근처 전봇대에 부딪친 뒤 운전석에 강 씨를 옮겨 놓고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뒤 달아났다.
경찰의 수사를 피해 서울로 올라온 박 씨는 중구 신당동의 한 쪽방에서 조선족 여성과 동거하다가 1년여 전 노래방 도우미 출신의 김모(45) 씨를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씨는 변변한 직업이 없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 경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모텔에서 김 씨를 폭행했다. 턱뼈가 부러진 김 씨가 서울 구로구 K병원에 입원하자 박 씨는 2일 병원을 찾아가 화장실에서 김 씨의 몸에 불을 붙여 전신 3도의 화상을 입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박 씨를 살인 미수 혐의로 4일 구속한 데 이어 상해치사와 사체유기 혐의를 추가해 12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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