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3시 10분경에는 경기 양주시 백석읍 박모(14·백석중 2년) 양 남매가 집중호우로 물이 불어난 너비 4m의 농수로를 건너다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 특히 이들 남매는 함께 실종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들과 함께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박 양의 친구 김모(14) 양은 “박 양이 먼저 물에 빠지자 같은 학교 1학년인 남동생(13)이 누나를 잡으려 손을 내밀다 물에 빠진 뒤 모두 하류로 휩쓸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들 남매 중 남동생은 오후 9시경 백석읍 오산4리 복개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남매의 아버지(47)는 아들의 시신이 발견되자 “오늘 아침에 내가 학교에 데려다 줬는데 내 자식일 리가 없다”며 통곡했다.
이들 남매는 항상 등하교를 함께했으며, 한 사람이 수업이 일찍 끝나더라도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돌아갔다고 친구들이 전했다.
이날 오후 4시 20분경에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농수로 다리를 건너던 이모(29) 씨가 발을 헛디디며 불어난 물에 빠져 실종됐다. 이 씨는 오후 6시 40분경 실종 장소에서 30m 떨어진 농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고양시 백사동 성사동 주교동 일대 주택 958채, 김포시 114채 등 모두 1096채가 주택 침수 피해로 163가구 42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이날 밤까지도 물이 빠지지 않아 동사무소나 마을회관 등지로 대피해 뜬눈으로 지새웠다.
농경지 침수도 잇따라 고양시 960ha, 김포시 317ha, 남양주시 65ha 등 모두 1342ha의 농경지가 피해를 봤다.
이날 2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서울시내 곳곳의 도로도 침수됐다.
오후 9시 한강 잠수교는 수위가 6.5m를 기록하면서 물에 완전히 잠겨 교통이 전면 통제됐고 동부간선도로 등 6곳이 침수됐다.
경기도에서도 오전 10시경 동두천시 상봉암동 자동차 전용도로가 침수된 것을 비롯해 가평군 상면 덕현리 국도 37호선, 양주시 장흥면 국지도 39호선 등 도내 15개 도로가 침수 또는 낙석 등으로 교통이 통제됐다.
인천에서도 남동구 남촌동 일부 도로가 침수돼 교통이 통제됐고 서구 백석고가도로 밑 도로 5구간과 인천지하철 계양역 앞 도로가 침수됐다.
강원도에서도 홍천지역 최고 205mm 등 폭우가 쏟아져 국도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경춘선 철도의 경기 남양주 마석∼평내 구간이 유실돼 춘천발 청량리행 열차 운행이 45분 간 중단되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기습 폭우 왜…태풍에 밀려온 수증기 ‘호우 세포’로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