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에 오른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 간부 등이 줄줄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이번 사건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듯하다.
사표 제출로 마무리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현직 판검사들의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있는 데다 김 씨의 리스트에는 판검사, 경찰 등이 50∼60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옥중 편지가 단서=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김 씨 관련 첩보를 입수한 것은 올해 3월.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김 씨에게서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을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6억35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국회의원 보좌관의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이 편지에는 김 씨가 “지난해 조사 때 모 검사에게 1000만 원을 줬다고 했는데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씨는 당시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1부는 최근 김 씨가 수감돼 있는 구치소 방을 압수 수색해 김 씨가 작성한 진정서, 편지 등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최근 김 씨의 자택, 사무실 등에서 추가로 2005년 1∼7월의 행적을 꼼꼼하게 기록해 놓은 다이어리도 확보했다.
▽‘대가성’ 입증이 관건=2개월여의 검찰 수사를 통해 김 씨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판검사와 경찰 등은 모두 12명. 금융감독원 직원 1명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김 씨에게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향응과 금품을 몇 년에 걸쳐 제공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카펫 수입판매업체를 운영하는 김 씨는 조모 고법 부장판사 등에게는 2000만∼3000만 원의 카펫과 가구도 선물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청탁한 사건의 처분 결과를 확인해 봤더니 90%가량은 김 씨의 의도대로 처리된 것 같아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혐의가 입증돼 사법 처리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아직은 김 씨와 관련자들의 ‘진술’ 외에 구체적인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가 청탁 과정을 전후해 건넨 금품이 대부분 현금으로 전달됐다는 점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받은 금품이나 향응이 사건 청탁 명목이었다는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조 부장판사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일부 혐의를 인정한 김모 전 검사와 민모 전 경찰서장 등도 “사건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조 부장판사는 13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나는 혐의가 뭔지도 모른다. 검찰 조사가 끝나면 모든 일이 다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씨 등 관련자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데다 김 씨가 돈을 건넨 일시, 장소, 정황을 꼼꼼히 기록해 둔 다이어리와 장부 등이 있다는 점에서 혐의 입증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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