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신천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박모(14) 양 남매의 빈소에는 남매를 끔찍이 여기던 아버지(48)가 보이지 않았다.
실종 5시간여 만에 아들(13)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딸은 생사조차 알 길이 없자 온종일 남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던 아버지는 끝내 실신해 빈소를 지키지 못했다.
친지들은 연년생인 오누이를 위해 합동 빈소를 마련했다.
장대비가 퍼붓던 12일 오후 남매가 다니던 경기 양주시의 백석중학교는 안전을 위해 단축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남매는 여느 때처럼 함께 집으로 향했고 농수로 사이의 다리를 만나게 됐다.
물이 불어 다리는 형태조차 보이지 않았다. 위험할지 몰라 누나가 동생보다 먼저 발을 내디딘 순간 누나는 급류에 휘말렸다. 동생은 “누나, 누나”를 외치며 손을 내밀고 곧장 물에 뛰어들었지만 누나보다 먼저, 가방을 멘 주검으로 발견됐다.
13일 오후에는 누나 박 양의 가방도 한탄강에서 발견돼 빈소에는 주인을 잃은 책가방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평소 등하굣길에는 동생이 누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다녔다. 건강이 나쁜 어머니가 지방으로 요양을 떠나 버스 운전을 하며 남매를 키우는 아버지를 위해 밥은 누나가, 설거지는 동생이 하며 살림도 척척 해낸 남매였다.
이런 남매를 영정으로 바라보는 친지들은 “다리에 난간 하나만 있었어도 될 일을…,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야 같이 하늘나라로 보내줄 텐데…”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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